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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스님이 맑게 살아가는 법

입력 | 2013-06-06 03:00:00


조계종 초대 총무원장과 2대 종정을 지낸 청담 스님은 생전에 “팔만대장경과 성철 스님(1912∼1993)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성철 스님”이라고 말했다. 수행자뿐 아니라 속세의 많은 사람들이 성철 스님을 존경했다. 20년 전 스님의 가야산 영결식에는 30여만 명이 운집했다. 돌아가실 때까지 산중 암자에 머물렀던 성철 스님의 유품은 단출했다. 40여 년간 손수 기워 입은 누더기 장삼에 덧버선, 그리고 검정 고무신뿐이었다.

▷무소유의 삶에 있어서는 법정 스님도 빠질 수 없다. 강원도 산골의 엄동설한에도 혼자 땔감을 마련해 밥을 짓고 빨래하며 견뎌냈다. “가만히 앉아 참선하는 것만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는 것이 법정 스님의 지론이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 불교의 오래된 규율이다. 무섭도록 스스로를 담금질해 깨달음을 얻고, 검소한 삶으로 일관했던 승가의 전통은 우리 시대를 밝히는 지혜의 등불로 남아 있다.

▷질병과 요양 등의 이유가 아니면 육식을 삼갈 것. ‘토굴’이라고 미화하며 아파트나 단독 주택에 살지 않을 것. 주식 펀드 등의 투자나 사행성 투기를 하지 않을 것. 스님이 된 지 10년 이상 말사 주지는 배기량 1000cc, 20년 이상은 2000cc, 25년 이상이거나 본사 주지 등은 3000cc 이하 승용차를 이용할 것. 그제 조계종 종단쇄신위원회에서 출가자들이 지켜야 할 생활규범으로 발표한 승가청규(僧伽淸規) 초안이다. 모든 스님을 대상으로 한 청규 제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박과 음주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안을 만들 계획이다.

▷마음을 닦는 수행자에게 너무 당연하다 싶은 규율을 강제하는 현실이 놀랍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것일까. 초기 불교의 승려들은 걸식을 통해 하루 한 끼씩 먹으며 무욕의 삶을 배우고 아집과 교만을 부수는 연습을 했다. 물질적 풍요는 마음을 병들게 한다. 성철 스님은 수행에 대해 “안으로는 가난을 배우고 밖으로는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라 했다. 대중을 가르치기에 앞서 수행자들이 먼저 가슴에 새길 말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