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바다용 1km크기 닻자망 피해 심각대부분 1회용… 그물 버리기 일쑤단속 어렵고 보상금 적어 수거 안돼
충남 서해 바다에서 꽃게잡이 조업 중인 한 어민이 거둬올린 그물에서 꽃게를 일일이 분리해내는 작업을 하고있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4일 오전 6시경 충남 태안군 남면 앞바다. 꽃게잡이 절정기를 맞아 10여 척의 어선이 2, 3일 전 던져 놓은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었다. 길이 30∼40m, 폭 2m 안팎의 자망에는 크고 작은 암꽃게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1시간쯤 조업이 진행될 무렵 그물을 걷어 올리는 기계(롤러) 작동이 힘겨워 보였다. 뭔가 묵직한 게 걸린 듯했다. 어민 김모 씨(61)가 건져 올린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꽃게잡이의 뻗침대 그물. 일명 ‘닻 자망’이다. 바다에 마구잡이로 버려진 채 조류를 따라 연안까지 휩쓸려온 것. 어민들이 보여주는 닻 자망에는 새끼 꽃게와 작은 물고기들이 죽은 채 매달려 있었다.
○ 무분별한 그물 투기 성행
문제는 값싼 일회용 그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김 씨는 “그물을 거둬 올린 뒤 선상에서 일일이 꽃게와 그물을 분리해야 하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새끼 꽃게는 그물과 함께 바다로 버리기 일쑤”라고 전했다. 값싼 중국산 닻 자망이 대량으로 수입돼 새끼 꽃게를 분리하는 비용보다 그물과 함께 바다에 버리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거였다. 이 때문에 그물에 걸린 새끼 꽃게들은 움직이지 못해 죽고 만다.
○ 현실적으로 단속하기 어려워
닻 자망의 해양 불법 투기는 해양 오염과 함께 심각한 생태계 파괴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새벽과 밤늦게 조업이 이뤄지고 있어 단속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수협 등과 합동으로 어민들을 대상으로 지도단속과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망망대해에서 조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물의 불법 투기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충남도는 3월 충남 연안에서의 뻗침대 그물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어민들이 경기도와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반발해 시행하지 못했다. 충남지역에는 현재 50여 대의 닻 자망 어선이 조업하고 있으며 서해 연안에는 모두 100척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자연적으로 녹는 생분해 그물을 사용하도록 지원하거나 사용한 그물을 의무적으로 수거하도록 한 뒤 확인하는 방법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