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출전 성공하면 국내최다 기록“태릉 생활 23년… 택배도 태릉으로 와스포트라이트 후배들 차지이지만 부담없이 만족스러운 경기 펼칠것”
태릉선수촌의 터줏대감 이규혁(서울시청)이 4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내 운동장에서 몸을 풀며 달리고 있다. 23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그는 내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올림픽 최다 출전(6회)과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매일 아침 6시 졸린 눈을 비비며 스케이트를 타요. 아마 제 나이 또래면 그 시간에 조깅을 하거나 다른 운동을 하겠죠? 이젠 스케이팅이 훈련이 아니라 선수촌 밖 사람들이 하는 조깅처럼 느껴져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선수촌 생활에 “지겹기도 하다”고 말하는 그지만 선수촌 생활 덕분에 지금의 자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5수생’인 그는 내년 소치 겨울올림픽에 도전한다. 10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할 계획이다.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무난하게 대표팀에 승선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부터 5번이나 내리 올림픽에 출전한 그가 소치 대회에 출전하면 한국 선수 중 올림픽 최다 출전자가 된다. 소감을 묻자 긴 한숨과 함께 쓴웃음을 지었다.
“이전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면 벌써 은퇴하고도 남았겠죠. 5번 나가서 메달 하나 못 딴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거예요. 올림픽 메달이 뭐라고 20년 넘게 스케이트화를 벗지 못하네요.”
“이제는 기자회견장에도 잘 안 불러요. 가끔 질문이 들어올 때도 있는데 (이)상화에 대한 질문만 해요. 대회 때마다 제게 집중됐던 관심을 이제 후배들이 받고 있어요. 덕분에 올림픽에서 저의 발목을 잡았던 부담감을 많이 덜었죠. 아마 올림픽에서 제가 메달을 딴다면 이변이겠죠.”
“밴쿠버 대회 뒤에는 ‘안 되는 목표에 도전한다는 게 슬펐다’고 얘기했어요. 이젠 ‘안 되는 것에 도전해도 실력만큼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5등 정도의 실력이라면 올림픽에서 5등만 해도 돼요. 물론 올림픽에서 메달을 들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꿈꾸지만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