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南이 유인납치” 공세 배경은
숄티 여사, 워싱턴 라오스 대사관 앞 시위 수잰 숄티 여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끄는 북한자유연합 회원 10여 명이 5일(현지 시간) 워싱턴 라오스 대사관 앞에서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숄티 여사가 북송된 9명의 사진과 ‘라오스는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숄티 여사는 “탈북자들을 유인 납치하려고 했다는 북한 측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유엔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송된 탈북자들이 처벌받지 않도록 북한 당국을 압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이에 앞서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김영호 참사관도 5일 유엔 인권위이사회가 열린 직후 똑같은 주장을 했다. 김 참사관은 한국 TV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에 대한) 안전상의 문제는 훗날 보면 알 것이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포함한 보도를 기대해 보라”고 말했다. 북한 외교관이 한국 TV 카메라 앞에서 긴 시간 일문일답을 주고받은 것은 이례적으로 본국의 지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통해 볼 때 북한은 적절한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어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을 등장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9명이 한꺼번에 나와 자신들이 중국에서 선교사의 ‘가혹행위’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증언하고 어쩔 수 없이 남쪽으로 끌려갈 뻔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탈북 청소년 북송을 계기로 확산되는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를 약화시키고 남측을 향해서는 “북한 주민들을 납치해가는 행위를 중단시키라”며 역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이 선전에 활용될 경우 이들을 구명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각하기 위해 적절한 교육과 대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송환된 것은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성명을 5일 발표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