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금강산관광 논의” 제안에… 南 “12일 서울서 장관급회담 열자” 北, 美中정상회담 하루전 유화 카드… ‘비핵화’ 언급 안해 남북대화 변수로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6일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한미중 3각 공조를 바탕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출구전략’으로 남북 대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특별담화’에서 “6·15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또 “회담에서 필요하다면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산가족 상봉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평통은 아울러 “6·15공동선언 발표 13돌 민족 공동행사를 실현시키며 아울러 7·4공동성명 발표 41돌을 북남 당국의 참가하에 공동으로 기념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1972년 박정희정부에서 채택한 7·4남북공동성명 기념행사를 갖자고 남측에 제의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7, 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북한이 남북 대화를 전격 제의하고 나선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등 잇단 도발로 자신들이 혈맹(血盟)으로 여기는 중국으로부터 외면당할 정도로 국제적 고립에 처해 있는 북한이 일단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 등을 고리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금강산 문제와 같은 ‘민족 내부의 문제’에선 남북 장관급 회담을 통해 일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과 국제사회의 궁극적인 현안인 북한 비핵화 문제가 최종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가늠할 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북한은 이날 ‘비핵화’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2011년 1월에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방위 남북 대화 공세를 펼친 바 있다. 결국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실질적 태도 변화 여부가 지속가능한 대화 국면으로의 진입이냐, 핵개발 시간 벌기를 위한 임기응변적인 남북 대화의 이용이냐를 가늠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숭호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