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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팬오션 끝내 법정관리 신청… 자금난 해운업계 후폭풍 우려

입력 | 2013-06-08 03:00:00

조선업 중심 그룹 정상화계획 차질
STX조선해양과 선박계약은 유지… 산업은행 “다른 계열사는 자금지원”
금융당국, 회사채 시장 긴급점검




국내 최대 벌크선사이자 3위 해운회사인 STX팬오션이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그룹은 해운업계 불황으로 경영난에 처한 이 회사를 지난해 말부터 매각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마저 인수하지 않기로 하자 법정관리를 택했다. 이 회사는 STX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범양상선 시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2002년 졸업한 적이 있다.

STX팬오션의 부채는 3월 말 기준으로 5조5000억 원이 넘는다. 법원은 회사를 살릴 때와 분해해 처분할 때를 비교해 회생가치가 크면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청산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면 신청을 기각한다. STX팬오션 측은 “경영위기의 가장 큰 원인인 해운시장 불황과 공급과잉 현상이 곧 해소될 것이고 사업경쟁력이 있는 만큼 회생절차 개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천일 STX팬오션 사장은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구조조정과 재무 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해 최대한 빨리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STX팬오션의 모든 권리와 의무가 동결된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STX팬오션은 법원 관리하에 회생절차를 밟는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이 다른 해운선사나 화주, STX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이 3.1% 정도이고 STX조선해양에 선박 25척을 발주한 것을 제외하면 STX그룹과의 거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STX팬오션 측은 “STX조선해양과 계약한 선박 발주를 취소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해운업계는 금융시장에 ‘위기가 갈 데까지 갔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다른 해운회사들도 투자를 받기 어려워져 자금난이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STX그룹 역시 STX팬오션의 매각대금을 이용해 그룹을 조선업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정상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STX그룹 계열사 가운데 STX팬오션 외에 STX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STX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진 포스텍 등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들어갔거나 협약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한편 산업은행 류희경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STX팬오션 법정관리로 다른 STX 계열사의 자금 사정이 압박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런 걸 감안해서 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채권단과 가장 먼저 자율협약을 맺은 STX조선해양에 대해 이달 중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다른 채권은행들과 협의한 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STX팬오션 법정관리 후폭풍으로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고 보고 긴급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사태를 좀더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강명·신수정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