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 프랑스혁명 이전 파리의 레스토랑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혁명으로 봉건귀족이 몰락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들 밑에서 일하던 전속 요리사와 하녀들도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그들은 거리로 나와 레스토랑을 열었다. 상업으로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 계층이 단골손님이 됐다. 파리는 ‘식도락(食道樂)’의 도시가 됐다. 서비스업은 도시화와 소득 수준에 따라 진화한다. 서울도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외식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영국 런던의 변화가 놀랍다. 런던은 산업혁명 시대의 패스트푸드인 ‘피시앤드칩스’(감자와 생선튀김) 빼고는 변변한 음식이 없던 도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인구 10만 명당 레스토랑이 478곳이나 된다. 세계의 미식(美食)도시로 급부상한 일본 도쿄(1144곳)보다는 적지만 파리(189곳)나 미국 뉴욕(295곳)보다 많다. 고든 램지, 제이미 올리버 같은 쟁쟁한 스타 셰프도 배출했다. 백인보다 유색인이 더 많을 정도로 개방적인 문화와 세계 부호를 끌어들이는 도시 인프라가 런던을 미식도시로 바꿨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