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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용]식도락과 도시경쟁력

입력 | 2013-06-08 03:00:00


현대식 ‘레스토랑’의 원조는 프랑스다. 레스토랑이라는 말도 ‘회복하다’는 뜻의 프랑스어 ‘restaurer’에서 유래했다. 18세기 중반 마튀랭 로즈 드 샹투아조가 파리에 세계 최초의 현대식 레스토랑을 열었다(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 이 식당의 메뉴는 고단백 재료를 넣어 원기를 북돋우는 음식인 ‘Restoratives’라는 수프였는데, 여기서 훗날 돈을 받고 음식을 파는 식당이라는 의미의 레스토랑이라는 말이 퍼졌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전 파리의 레스토랑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혁명으로 봉건귀족이 몰락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들 밑에서 일하던 전속 요리사와 하녀들도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그들은 거리로 나와 레스토랑을 열었다. 상업으로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 계층이 단골손님이 됐다. 파리는 ‘식도락(食道樂)’의 도시가 됐다. 서비스업은 도시화와 소득 수준에 따라 진화한다. 서울도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외식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영국 런던의 변화가 놀랍다. 런던은 산업혁명 시대의 패스트푸드인 ‘피시앤드칩스’(감자와 생선튀김) 빼고는 변변한 음식이 없던 도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인구 10만 명당 레스토랑이 478곳이나 된다. 세계의 미식(美食)도시로 급부상한 일본 도쿄(1144곳)보다는 적지만 파리(189곳)나 미국 뉴욕(295곳)보다 많다. 고든 램지, 제이미 올리버 같은 쟁쟁한 스타 셰프도 배출했다. 백인보다 유색인이 더 많을 정도로 개방적인 문화와 세계 부호를 끌어들이는 도시 인프라가 런던을 미식도시로 바꿨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제주를 뺀 15개 시도 중 최고의 식도락 도시 1, 2, 3위는 대전 충북 인천이 차지했다. 광역시 중 1인당 소득이 높고 개방성이 강한 대전과 인천이 상위권에 오르고, 1인당 소득이 하위권인 대구 광주 부산이 각각 15위, 12위, 13위를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인 전주가 있는 전북은 11위에 그쳤다. 소득 수준은 9번째다. 식도락은 도시경쟁력과 비례한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