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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그들은 왜 쇼핑을 좋아하나

입력 | 2013-06-08 03:00:00


이 순간에도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는 남녀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것도 예쁘지? 어떤 게 나은 것 같아?”

왜 여자들은 쇼핑할 때 남자친구나 남편을 꼭 데려가려는 것일까? 함께 선택해 주거나 자기 취향이 어떤지 알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혹은 교감을 하면서 쇼핑하고 싶어서라는 다양한 설이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여자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구입한 상품을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 “좋다”고 해줘야 안도감과 함께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쇼핑의 즐거움은 그들에게 에너지를 샘솟게 한다. 하이힐을 신고 100m도 걷지 못하는 여성이 백화점에서는 종일 쇼핑을 한 뒤에도 생기 넘치는 얼굴로 걸어 나온다. 불가사의다. 여성이 쇼핑을 좋아하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쾌감’에서 찾는다. 물건을 구경하고 만져보며 저울질하다가 마침내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산제이 수드 교수팀이 실험 대상자들을 모아 ‘매력적인 제품’과 ‘기능이 많은 제품’ 중 하나를 구매토록 한 뒤 심리를 분석한 결과 매력적인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나은 선택을 했다는 자부심을 느꼈으며 다른 이의 선택이나 관점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우울하거나 일손이 잡히지 않을 때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여성들에게는 상당한 기분 전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적당한 쇼핑은 여성들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도를 넘을 경우에는 후회할 일을 자꾸 만들며 급기야 쇼핑중독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남성에겐 쇼핑보다는 자동차를 거칠게 운전하는 행동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유발해 여성들의 쇼핑만큼 짜릿한 경험을 안겨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캐나다 콩코르디아대의 진화심리학자 갓 사드 교수가 남성 참가자들에게 최고급 포르셰 스포츠카를 몰게 하면서 호르몬 변화를 측정했더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제히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은 물건을 고르는 ‘과정’의 즐거움보다는 ‘효율적 결정’이라는 능력을 추구하게 만들기 때문에 남성들이 쇼핑 중독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은 호르몬의 영향에 따라 가치관과 행동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쇼핑을 즐기는 20, 30대 여성을 남성의 관점으로 해석하기란 어렵다. 게임이나 운동 같은 놀이에서 쾌감을 찾는 남성들과 달리 젊은 여성들은 쇼핑을 통해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며 나름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