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핵심 전략으로는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시간제 근로 등 일자리의 다양화, 여성의 고용 확대 등이 제시되었다. 특히 여성 고용 확대와 시간제 근로 확대가 강조되는데 고용률 70%를 달성한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당연히 추진되어야 할 것들이다. 우리나라 남성의 고용률은 이미 70%를 넘어 선진국과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여성 고용률은 53% 수준으로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또 파트타임 일자리 비중도 선진국은 20%가 넘고, 특히 여성의 경우 37%에 달하는데 우리는 1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의 남성 위주, 전일제 일자리 위주의 단순한 고용환경에서 남녀가 균등하게 참여하고 일자리 형태도 다양한 고용환경으로 변화하는 것은 70%라는 숫자 목표와 관계없이 정당성이 인정되는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이것들이 실현될 수 있을까? 실현되려면 어떤 것들이 변해야 할까?
B는 직원 6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탄탄한 조사업체 사장이다. 그 스스로 여성 근로자로 일하면서 성장했고 조사업체에서는 전문직 여성에 대한 수요도 많으므로 그동안 여성을 많이 채용해 왔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앞으로는 더이상 여성을 뽑지 않겠다”고 했다. 여성 직원의 4분의 1 정도가 출산, 육아휴가를 가버리니 회사 운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시간제 등을 통해 대체 근로자를 쓰고 정부가 사회보험료 등 지원을 해준다면 해볼 만하지 않느냐고 되물으니 모르는 소리 말란다.
시간제든 뭐든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데 드는 비용, 숙련시키는 데 드는 비용, 휴직한 직원이 돌아왔을 때 대체 직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 따르는 어려움, 그리고 이렇게 직원을 넣었다 뺐다 하는 운영상의 어려움 등은 정부의 한시적 지원만 가지고는 맞바꾸기 어렵다고 한다. 무엇보다 일단 뽑고 나면 업무성과가 나빠도 못 내보내는 고용의 경직성 때문에 채용 자체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A와 B의 말은 각자 입장에서 본 현실을 정확하게 전하고 있다. 남성 위주, 전일제 근로에 고정되어 있는 인식 풍토가 바뀌어야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 풍토의 질적 변화는 양적 변화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즉, 직장 내 여성 수가 많아지면 여성적 특수성이 보편성으로 바뀌게 되고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도 조성된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최대한 여성 채용을 확대하여 수를 늘리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
그렇지만 B가 제기하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는 일자리가 늘어나기 어렵다. 고용 경직성이 지금처럼 심한 상태에서는 대체 수요가 발생해도 채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기업의 인식 변화나 정부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법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70%라는 숫자를 떠나서 여성의 고용을 늘리고 근로 형태를 다양하게 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한 시대적 과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 정부의 선도적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고용 유연화를 위한 법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 이는 국회의 몫이다. 국회, 특히 여당의 소명의식을 기대한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