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자전거/강현선 글, 그림/40쪽·1만500원·재미마주
붉은 꽃이 핀 담장 아래, 노란 가방을 둘러멘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사뭇 여유로운 표정을 보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가 봐요. 마을 어귀에서 푸성귀를 다듬는 이웃 아주머니가 소년을 반겨줍니다. 부채질하는 옷가게 아저씨, 색동 파라솔로 햇볕을 가린 노점상 아주머니가 아이의 눈에 들어옵니다.
색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거리의 구멍가게에선 오누이가 아이스크림을 고르느라 옥신각신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꼬마들의 웃음소리가 왁자지껄합니다. 아이는 두 발을 굴러 이 화사한 계절의 한가운데로 나아갑니다.
어느덧 고요한 숲길 입구, 소년은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어깨를 스치는 바람 한 줄기를 느껴봅니다. 산길엔 오직 아이뿐입니다. 힘겨운 오르막길에서 굵은 빗방울까지 후드득 떨어지네요. 궂은 날씨도 잠시, 금세 눈부신 세상이 아이를 반겨줍니다. 냇가에서 매끈한 조약돌을 집어 물수제비를 뜨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지요.
작가는 소년을 클로즈업하기도 하고 저 하늘 높은 곳에서 바라보기도 합니다. 생각에 잠긴 소년의 뒷모습, 유쾌하게 자전거 벨을 울리는 앞모습도요.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고운 빛깔 세상은 꿈 속 같기도 합니다.
황금빛 들판을 지나며 아이는 소리칩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강아지는 팔짝팔짝 뛰며 소년을 반기고 엄마는 저만치서 크게 손을 흔듭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