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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페이스북 2인자’ 워킹맘도 찔찔 짠다고?

입력 | 2013-06-08 03:00:00

◇린 인/셰릴 샌드버그 지음/안기순 옮김/328쪽·1만5000원/와이즈베리




해라체로 된 제목이나 목차를 실은 책은 참 싫다. ‘저자 당신이 얼마나 잘났기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하는 반감부터 생겨 그런 자기계발서는 서평 도서 선정 회의에 들고 가지도 않는다. 그런데 ‘기회에 달려들어라(Lean In·모퉁이를 돌며 파고드는 사이클 기술)’라는 제목에다 ‘당당하게 테이블에 앉아라’ ‘배우자를 진정한 동반자로 만들어라’ 따위의 상투적인 목차가 달린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말았다. 저자가 거부할 수 없이 잘났기 때문에 그의 조언이 궁금했다.

이 책은 ‘페이스북의 2인자’로 불리는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44)가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에게 보내는 조언을 담았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매킨지앤드컴퍼니 컨설턴트, 미국 재무장관 비서실장, 구글 부사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해 온 그도 아이 둘을 키우며 많은 고민에 부닥쳤다. 그와 여성 동료들의 경험담이 흥미롭다.

모유 수유를 했던 그는 구글에서 일할 때 사무실 문을 잠그고 전화회의를 하면서 유축기로 모유를 짰다. 수화기 너머로 동료들이 뭔가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면 “거리에 소방차가 지나갔다”고 대처하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사무실에서 일했지만 아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남몰래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 반이면 숨어서 퇴근했다. 업무 보충은 집에서 아이를 재운 뒤 늦은 밤과 새벽을 활용했다. 그러다 직장에서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샌드버그는 누군가가 자신에 대한 험담을 퍼뜨려 힘들었을 때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앞에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고 고백한다. 저커버그는 그를 안아주었다.

“여성은 자신을 끊임없이 과소평가한다. 야망을 가지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쳐라. … 여성은 내면의 장애물부터 없애야 한다” 같은 체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들을 만하다. 남편이 양육에 참여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법도 들려준다. “남편이 기저귀를 갈겠다고 일어서면 설사 아기 머리에 기저귀를 채우더라도 아내는 미소를 지어야 한다.”

저자는 일터에서 남녀의 성향 차이와 남녀 불평등에 관한 통계 및 연구 사례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신문이나 연구서에 익히 나온 그런 얘기는 빼고 저자의 경험담을 더 넣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연봉 2620만 달러(약 290억 원)를 받는 부유한 워킹맘의 이야기가 평범한 여성들의 공감을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