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풍경으로 본 옛 건축정신/최종현 지음/304쪽·1만6500원/현실문화
도시와 취락의 역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이처럼 간과하기 쉬운 나무와 풍경을 통해 옛 건축의 정신을 다시 보라고 권유한다. 저자에 따르면 벽화의 나무와 산은 수렵도가 묘사하는 자연을 크게 나누는 역할을 하고 있다. 큰 나무는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중심목이며, 나무를 숭배하는 우리 민족의 숭목(崇木) 사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책은 8강과 하나의 보론(補論)으로 구성돼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 도산서원, 관동지방, 경북 봉화 닭실마을의 예를 들어 나무를 포함한 자연과 인간, 건축의 관계를 살폈다. 퇴계 이황은 서원 주변을 단순한 외부 환경이나 풍경으로 본 것이 아니라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퇴계가 서원 건축 과정에서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은 대학자의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퇴계는 서원이 완공되기도 전에 서원과 관련한 시를 지은 것을 두고 “장자가 이른바 계란을 보고서 닭을 구한 것과 같다”며 후회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