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TV시리즈 ‘스타트렉’ 12번째 영화 외출

이 같은 장수의 비결로는 우선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 넘치는 인물, ‘트레키’라고 불리는 열성 팬덤이 꼽힌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이 프랜차이즈가 한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노화와 쇠락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타트렉 제작진은 ‘시대정신’에 맞게 꾸준히 이야기를 비틀고 때로는 등장인물과 배경을 바꾸며 젊은 팬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브라운관에서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딥 스페이스 나인’ ‘보이저’ 등 여러 후속 시리즈가 제작됐고, 스크린에서는 1979년 작 ‘스타트렉’부터 원작의 리부트인 2009년 ‘스타트렉: 더 비기닝’까지 11편에 이르는 영화가 나왔다.
이 지점에서 한국 상황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갑갑해진다. 아직 한국에선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장수하는 콘텐츠는 찾기 힘들다. ‘종합병원 The Movie 천일 동안’(2000년)이나 ‘올드미스 다이어리-극장판’(2006년)처럼 TV 드라마가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진 사례가 없진 않지만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왜 그럴까? 우선 빈약한 캐릭터 탓이 아닌가 한다. 자극적인 설정 속에 비정상적인 인물들이 서로 삿대질하는 이야기를, 그나마도 ‘쪽대본’으로 만드는데, 거기에서 큰 화면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긴 힘들다. 재해석할 ‘거리’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출생의 비밀이나 복수, 아니면 겉멋 유행처럼 한국 드라마가 집중하는 소재는 영화라는 매체와 화학적인 반응을 잘 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수사반장’ 같은 소재는 영화에서도 통할 좋은 이야기 아닐까?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들이 한국 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노력을 보고 싶다.
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