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첫 전군 지휘관 오찬 박근혜 대통령(앞줄 왼쪽)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초청 오찬에서 장성들의 박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군 주요 지휘관들을 만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외교안보 부처의 핵심 당국자가 한 말이다. 정부의 장관급 회담 제의는 실무급 회담보다 고위급 회담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남북 장관급 회담이 잘되면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남북 대화의 카운터파트들이 어떤 협상 스타일과 전략 전술을 보이느냐에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장관급 회담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중도적 성향의 북한학자 출신인 류 장관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밀고 나가겠다는 우직한 스타일이다. 대남 총책인 김양건은 2009년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의 비밀 접촉 상대였다. 조용하고 매너가 있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장관급 회담에 진전이 있다면 이달 말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 간의 남북 비핵화 회담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2011년 위성락 당시 본부장과 이용호 부상 사이에 회담이 두 차례 있었고 이후 북-미 대화를 거쳐 2012년 북-미 간 ‘2·29합의’가 이뤄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카운터파트는 박의춘 외무상이지만 박 외무상은 핵문제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인물은 아니다.
민감한 안보 현안은 국방장관 회담에서 논의될 개연성도 있다. 전형적인 무골 스타일의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적의 생각을 읽겠다’며 집무실에 얼마 전까지 인민무력부장이던 김격식의 사진을 붙여 놓은 바 있다. 새 인민무력부장인 장정남은 50대의 소장파 군인인데 구체적 성향이나 스타일은 외부로 알려져 있지 않다.
○ 원칙론자 박근혜 vs ‘도박사’ 김정은
반면 김정은은 매우 공격적이면서 일관되지 않다. 기존의 판을 흔들면서 한 방을 노리는 도박사 스타일에 가깝다. 올해 들어 군사적 위기를 극단적으로 높이다가 최근 전격적으로 대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스타일은 상반되지만 대화의 접점은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즉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시절인 1972년 역사적인 7·4공동성명을 발표했다는 점 △2002년 박 대통령이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점 등이 두 사람의 간극을 메우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