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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부품 시험성적서 12만5000건 전수조사

입력 | 2013-06-08 03:00:00

■ 정부 ‘원전비리와 전면전’ 선포




정부가 원자력발전업계 비리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원전에 사용된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전부 조사해 점검하는 한편 원전 관련 공기업 퇴직자가 유관 업체에 취업하는 걸 제한하는 조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검찰은 민간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의 부품 시험성적서 검수 책임이 있는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전현직 직원들이 새한티이피 주식의 10% 정도를 보유한 사실을 밝혀 내고 이번 비리와의 관련성 유무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정부는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원전 비리 재발 방지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날 정 총리는 “원전 비리와의 전쟁이라는 강력한 의지로 원전 산업의 구조적 비리를 혁파하겠다”면서 “고의적인 범죄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사람에 대해서는 징계를 포함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최근 문제가 불거진 신고리, 신월성 원전을 포함해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와 건설 중인 원전 5기 등 총 28기의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12만5000여 건을 향후 2, 3개월 안에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조사에서 시험성적서 위조 등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면 해당 원전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원전 마피아’의 구조적 유착 관계를 근절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간부들에게 적용돼 온 협력사 재취업 제한 조치를 모든 원전 공기업 간부들에게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수원 본사의 1급 이상 간부 중 외부 인사 비중을 현재의 10%대에서 2017년 50%로 늘리고 국책시험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민간 검증기관의 시험 결과를 다시 검증해 시험성적서 위조를 막기로 했다.

한편 김균섭 사장이 6일 면직된 한수원은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한편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1급 이상 간부 169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향후 열리는 인사위원회에서 사표가 선별 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원전 산업계에 오랫동안 누적된 폐쇄적 운영 구조와 뿌리 깊은 순혈주의, 견제와 균형이 없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확실히 바로잡아 가겠다”라며 ‘원전 마피아’ 근절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말 한빛(옛 영광) 5, 6호기의 원전부품 비리 사건 직후 등 여러 차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돼 온 만큼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명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는 “원전부품 납기일을 맞추려는 과정에서 이권이 개입해 구조적으로 비리가 생길 여지가 있다”며 “‘빨리빨리’ 문화보다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이권 개입 여지를 봉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 비리 수사단은 신고리 1, 2호기 등에 납품한 JS전선 제어케이블의 성능 검증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특가법상의 사기 등)로 JS전선의 엄모 고문(52)과 성적서를 검수하는 기관인 한전기술의 이모 부장(57)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위조된 성적서 승인 및 불량 부품 납품 과정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부장은 1999년 새한티이피 설립 초반에 회사 상장을 염두에 두고 이 회사 주식 3000여 주를 부인 명의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장이 위조 시험성적서 승인과 관련해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부장을 비롯해 한전기술 전현 임직원 7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새한티이피 주식 1∼2%씩 총 10%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14분을 기해 전력수급경보 첫 번째 단계인 ‘준비’(예비전력 400만 kW 이상 500만 kW 미만)를 발령했다. 이번 주 들어 휴일인 6일을 제외하고 네 번째로 준비 경보가 발령됐다.

김유영 기자·부산=조용휘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