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업 생태계 모순 짚어내고 정부 ‘성장사다리’ 밑그림 그렸다”
DBCE는 추상적 개념에 머물렀던 창조경제를 △아이디어 창출 △사업화 △사업 확장 △성공의 선순환 등 네 단계로 정의했다. 한국은 이 가운데 아이디어 창출과 성공의 선순환에서 부진했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디어가 빈곤했다. 한 번 도전에 실패한 창업가는 모든 책임을 떠안고 낙오자로 전락했다. 부모는 자식이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처럼 자랐으면 좋겠다면서도 의사, 변호사, 대기업 직원 같은 안정된 직업을 갖기를 바랐다. 한국판 창조경제의 민낯은 모순으로 가득했다.
전문가들은 본보의 ‘창조경제로 가는 길’ 시리즈에 대해 시의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모호한 창조경제의 개념을 단계별로 나눠 명확히 정의했고, 아이디어 창출 및 성공의 선순환 시스템이 취약한 현실을 콕 짚어 진단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본보는 미국, 이스라엘, 캐나다, 독일, 핀란드 등 창조경제 선진국 취재를 통해 단계별로 본받을 점도 제시했다. 캐나다의 대학은 창업가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상상공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미국 기업들은 직원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데 경영의 중점을 뒀다. 이렇게 탄생한 사업 아이디어는 교수가 학생들의 창업을 격려하는 대학(미국),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독일), 융자가 아닌 투자를 통해 창업과 사업 확장을 돕는 정부(이스라엘) 등의 노력으로 꽃을 피웠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15일과 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내놓은 창조경제 육성 전략에는 본보의 제언이 대부분 반영돼 있다. 에인절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대기업의 벤처기업 인수합병(M&A)을 간소화하는 등 벤처기업가들의 ‘성장 사다리’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 벤처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 지원 등도 포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한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제대로 갖추려면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려면 이를 실천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창규·김용석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