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사바스’ 35년 만에 재결합… 19집 ‘13’ 10일 전세계 동시발매
블랙사바스는 젊어지지 않았다. 더 강해졌다. 왼쪽부터 토니 아이오미, 오지 오즈번, 기저 버틀러. 아래 왼쪽은 1970년대 당시의 같은 멤버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블랙사바스 홈페이지
저음부가 강조된 묵직한 전자기타 소리는 좀비의 움직임처럼 축축 늘어지다 문득문득 민첩하게 일어서 공격한다. 우울한 보컬과 음산한 가사가 뿜는 염세적 색채는 해질녘 들판에 선 알 수 없는 그림자 같다.
1968년, 영국 애스턴의 스무 살짜리 젊은이 넷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됐다. 느긋한 블루스 음악의 형식을 증폭하고 변형해 헤비메탈을 만들어 낸 것이다. 팀명은 블랙사바스(Black Sabbath·검은 안식일). 이 새로운 음악은 1970년대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블랙 사바스’ ‘파라노이드’ ‘마스터 오브 리얼리티’ 같은 초기작은 헤비메탈의 교과서로 불렸다. 1980년대에는 음울한 발라드 ‘시스 곤’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13’에서 블랙사바스는 1970년대 초기 스타일로 돌아갔다. 7∼8분짜리 대곡들을 만들어 냈다. ‘아이언 맨’, ‘플래닛 캐러밴’, ‘홀 인 더 스카이’ 같은 초기 명곡들이 떠오른다. 슬레이어, 메탈리카, 린킨 파크의 음악을 책임진 프로듀서 릭 루빈이 제작한 음향은 21세기 록 사운드에 뒤지지 않는다.
해외 평단에서는 벌써 ‘감동의 귀환’이라는 극찬을 내놓고 있다. 영화로 치면 HD 화질에 3D로 리메이크된 고전이 동시대 고전 반열에 다시 오르는 형국이다. 미국 음악 리뷰 사이트 올뮤직닷컴은 “메탈 팬들이 필히 들어야 할 앨범”이라며 별 4개 반(만점은 5개)을 줬다.
하드록과 헤비메탈에 정통한 국내 평론가들도 이례적인 호평을 쏟아 냈다. 송명하 월간 파라노이드 편집장은 “그동안 원로 밴드들의 재결합은 기존 팬의 추억에 호소하며 예전 인기를 갉아먹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블랙사바스의 신작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상당 부분 전성기를 압도하는 무게와 힘을 보여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8곡 가운데 5곡이 7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휴대전화의 통화대기음같이 배경음악으로 전락해 버린 최근의 음악 창작과 소비 행태에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와 같다”고 덧붙였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밀고 왔던 바로 그 사운드의 원형으로 돌아왔다. 시대에 영합하지 않은 뚝심, 그리고 그 뚝심만큼 단단한 사운드의 밀도와 아우라가 확인시켜 주는 것은 바로 고전의 현재적 가치”라고 했다.
‘그는 강철로 변해 버렸어/거대한 자기장 속에서/시간여행을 하다가… 이제 때가 왔어/아이언 맨이 위세(威勢)를 떨칠 때가.’(‘아이언 맨’ 중)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