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르네상스 활짝 피운 꽃의 화가
생전에 꽃 그림을 즐겨 그린 고 송수남 화백. ‘어두운 분위기 속에 가고 싶지 않다’던 고인은 자신의 장례식에 모두가 화사한 복장으로 꽃을 들고 와 좋은 추억을 떠올리길 바란다는 뜻을 남겼다. 동아일보 DB
‘현대 수묵화 운동’을 주도한 한국화가 남천 송수남 씨가 8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별세했다. 2주 전 급성 폐렴으로 입원한 뒤 상태가 악화돼 영면했다. 향년 75세.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홍익대 서양화과에 다니다 4학년 때 동양화과로 옮겼다. 시인 한하운의 시 ‘가도가도 황톳길’을 읽은 뒤 한국적인 것의 모색을 평생 화두로 삼았다. 추상 채색과 관념적 산수를 거쳐 1980년대 수묵을 통해 한국화의 틀에 현대적 미감을 접목한 수묵운동에 앞장섰다. 당시 고인은 “전통적 재료인 먹에 현대적 생명을 부여하고 단순한 선의 나열을 통해 담백하고 올곧은 선비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1년 전주로 낙향한 고인은 “고향에 오니 창작의욕이 샘솟는다”며 작업에 전념했다. “채색은 즐거움이 있으나 깊이가 얕다. 수묵을 다시 해볼 생각이다”라는 다짐을 이루지 못한 채 먼 길을 떠났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7호. 발인은 10일 오전 5시, 장지는 천안공원묘원. 유족으로는 부인 염연진 씨와 2남 2녀가 있다. 02-2227-756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