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가 유학국가 보면 ‘미래 경영’ 청사진 한눈에

4세들은 부모와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중국으로 가는 사례가 많다. 이전 세대와 달리 초등학교 때 해외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세대에 따라 세계 조류를 접하는 창구가 일본, 미국, 중국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 창업 2세 “일본을 따라잡아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부산사범부속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53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중학교 2학년 때 국내로 돌아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은 다시 일본으로 가 와세다대 경제학부로 진학했다. 이 회장의 큰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도 도쿄대를 다녔고, 둘째 형인 고 이창희 씨도 1952년 이승만 정부의 유학생 1기로 와세다대에서 유학했다.
삼성가(家)와 동업 관계였던 효성가도 큰아들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일본으로 유학 보냈다. 그 역시 이승만 정부의 유학생 1기였다. 조 회장은 일본에서 히비야고를 거쳐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 3세 공식=사립초-SKY대-美 MBA
창업 3세들은 주로 경기, 경복 등 국내 명문 사립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 대학에 진학해 국내 정재계 인사 및 자제들과 인맥을 쌓은 뒤 미국 명문대학 경영학석사(MBA) 과정으로 유학을 떠나 경영 수업을 받는 경우가 많다.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3세들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기초와 경복고,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경복초와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199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밟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차장, 차남 김동원 씨도 세인트폴스를 거쳐 각각 하버드대와 예일대에 진학했다.
한 집안에서 대를 이어 같은 학교로 유학을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두산가는 미국 뉴욕대(NYU) 출신이 유독 많다. 두산중공업의 박용성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 박태원 두산건설 부사장 모두 뉴욕대 경영대학원 출신이다. 박 회장 아들인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사장과 박석원 두산엔진 상무도 아버지를 이어 뉴욕대에서 공부했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을 필두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출신이 많다. 조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이 대학 출신이다. 조 회장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USC 경영대학원 출신이며, 막내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는 USC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했다.
○ ‘G2’ 따라 바뀐 인기 유학 지역
중국을 ‘제2의 본사’로 삼겠다던 최태원 SK 회장은 두 딸을 고등학생 때 베이징으로 보냈다. 큰딸 윤정 씨(24)는 베이징국제학교(ISB)를 졸업하고 아버지처럼 미국 시카고대로 진학했다. 본인이 고집해 국제학교가 아닌 현지의 명문고교인 런민대부속고를 선택한 둘째 딸 민정 씨(22)는 2010년 우수한 성적으로 베이징대의 경영대에 해당하는 광화(光華)관리학원에 입학했다. 최신원 SKC 회장도 한영외고를 졸업한 장남 성환 씨(33)를 상하이 푸단대로 유학 보냈다.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35)는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김지현·김용석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