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오바마-시진핑 ‘한반도 비핵화’ 합의
당초 예상했던 대로 두 정상의 핵심 의제는 북한 핵이었다. 두 정상은 7일 2시간에 걸쳐 진행된 만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북핵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데 할애했으며 8일 2차 회담에서도 추가로 논의했다. 토머스 도닐런 국가안보 보좌관은 8일 두 정상의 합의 사항을 전하는 언론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이는 두 정상의 북핵 공조가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핵보유국 불인정은 새로운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각각 2기 출범과 주석 취임 후 처음 만나 국제질서를 새로 짜는 자리에서 이 같은 원칙을 다시 확인해 북한에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열릴 남북 장관급 회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혈맹 관계인 중국이 공개적으로 ‘북한 핵보유국 불용’ 입장을 천명했다는 것은 북한에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강화된 유엔 제재를 실행에 옮기고 고위 지도부가 (북한 핵개발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며 중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미중 정상이 북한 핵보유국 불용 원칙을 밝혀 앞으로 핵 문제에 대해 북한이 기존의 태도를 바꿀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관건은 북한이 비핵화 회담에 응하느냐다. 북한은 올해 초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앞으로는 군축 회담만 있을 뿐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북한도 전례 없이 높은 수위의 대북 제재가 이어지면서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돌파구를 찾아 나설 개연성이 없지 않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냈다는 점에서 북한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이 당장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추가 핵실험 중단, 영변의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핵시설 가동 중단 등을 카드로 삼아 다시 북-미 대화 등에 나서려 할 개연성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가장 치열한 논의가 오간 사이버 안보에 대해 양국은 실무 그룹을 만들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평화적인 외교 노력으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고 시 주석은 영토주권 수호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랜초미라지=정미경 특파원·이정은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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