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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4개월만의 판문점 회담 표정

입력 | 2013-06-10 03:00:00

[남북 실무접촉]10분~1시간 단위로 속개-휴회 반복… 날짜 넘겨가며 조율




군사분계선 넘는 북측 대표 9일 남북 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이뤄진 판문점에서 북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앞줄 왼쪽) 등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평화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더운 날씨에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천해성 남측 수석대표)

“몇 년 만에 진행되는 회담인데 더운 날씨든 추운 날씨든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김성혜 북측 수석대표)

9일 오전 10시 15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회의실. 마주 앉은 남북 실무회담 대표단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회의실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천 대표의 양옆으로 통일부 권영양, 강종우 과장이 배석했다. 반대편에는 김 대표를 중심으로 북측 대표단의 황충성, 김명철이 앉았다. 양측 뒤쪽으로는 기록 등을 담당하는 연락관이 한 명씩 자리 잡았다.

이날 회의장에 동시 입장한 양측 대표단은 가벼운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곧바로 회담에 돌입했다.

오전 11시. 45분 만에 오전 회담이 종료됐다. 별다른 논쟁 없이 차분히 논의를 진행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하지만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시작된 회담은 오후 2시 수석대표 간 독대 형식으로 본격적인 의제 조율에 들어서면서 치열하고 숨 가쁜 협상전으로 변했다.

1차 수석대표 접촉이 1시간 만에 끝나고 오후 5시에 속개된 2차 접촉은 20분 만에 다시 종료됐다. 이어 5시 50분 3차, 7시 35분 4차, 9시 35분 5차, 10시 35분 6차, 그리고 10일 오전 1시 55분 7차 접촉까지 속개와 휴회를 반복하며 양측의 날선 신경전이 이어졌다. 세부적인 내용의 합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남북 대표가 양측 본부에 중간중간 회담 상황을 보고하고 조율하는 절차가 반복된 것이다.

장관급회담의 대표단 구성 등 문제를 놓고 완강히 버티던 북한은 3차 접촉에서 다소 유연한 태도로 합의점을 찾으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측은 합의문의 문안 조율 단계로 넘어갔으나 여기서 다시 난관에 부닥쳤다. 오전 2시가 넘도록 합의문 도출이 이뤄지지 않자 일각에서는 “이러다 회담이 아예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회담이 열린 판문점은 비(非)군사 분야의 의제를 논의하는 장소로는 2000년 이후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다.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북한에서는 군부가 총괄 관리한다. 그런 점에서 당초 개성공단을 장소로 제안했던 북한이 판문점에서 만나자는 남측의 수정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북한 군부의 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43분경 군사분계선을 건너 판문점 남측으로 넘어왔다. 김 대표는 청록색 투피스 정장 차림에 흰색 가방을 들었다. 그는 미소 띤 얼굴로 “반갑습니다”란 인사말과 함께 남측 대표단과 차례로 악수를 했다. 김 대표는 “(평양에서 판문점으로) 어제 내려왔는데 평화의 집은 처음 와본다”고 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나란히 담긴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았다. 반면 남측 대표단의 배지는 태극기 문양이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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