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행사-北측 대표’ 놓고 밤샘협상 진통판문점 접촉 새벽 2시반까지 결론못내
남북이 장관급회담 일정을 12, 13일 양일간으로 하며 북한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하는 경로는 개성을 거쳐서 오는 육로로 한다는 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15선언 남북공동 기념행사 등 회담에서 다룰 의제와 수석대표의 급을 어떻게 하느냐를 놓고 밤을 새워가며 협상을 이어가는 진통을 겪었다.
또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의 핵심 내용을 놓고도 남북이 서로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면서 밤늦게까지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 관련 의제에 ‘재발 방지’라는 항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고, 북측은 ‘정상화’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고집하는 것이 큰 난제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9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실무접촉은 오전 10시 15분 전체회의로 시작됐다. 판문점에서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이뤄진 것은 2011년 2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6일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했던 조평통 특별담화의 의제들을, 우리는 7일 장관급회담을 제안하면서 밝힌 의제를 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6, 7일 남북이 제안한 의제 중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상봉은 중복되지만 △6·15선언 및 7·4성명 공동행사 개최는 북한만 제안한 의제다. 특히 북한이 6·15선언 공동행사 개최를 강하게 주장했고, 남한은 이에 부정적인 태도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관심을 모았던 북한의 장관급회담 수석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동안 북한은 장관급회담에 장관급인 통일전선부장이 아닌 내각 책임참사(국장급)를 수석대표로 파견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참석을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정부 당국자는 “상대방에게 특정인을 회담 대표로 지정하는 건 테크니컬한(기술적인) 문제”라며 김 부장을 직접 거명하지 않더라도 그에 걸맞은 중량급 인사를 요구했음을 시사했다.
조숭호·동정민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