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왼쪽)과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같은 가치투자자라도 허 본부장은 ‘버리지 않는 스타일’로, 이 부사장은 ‘리스크를 싫어하는 스타일’로 각각 다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 번 산 물건은 잘 버리지 않고 끝까지 소유하는 남자,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50).
증시 침체에 한숨소리가 높은 여의도에서 요즘 ‘유이(唯二)하게’ 웃고 지내는 두 남자의 생활습관이다. 한국의 대표 ‘가치투자자’인 두 사람의 생활습관은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고, 신중하게 종목을 고른 뒤 남들이 뭐라고 하건 포기하지 않는 투자습관을 빼닮았다. 숨은 보석을 찾아내 투자하는 두 사람이 모여 요즘처럼 ‘재미없는’ 장에서 ‘재미 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사장과 허 본부장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로 ‘증시 예측’을 꼽았다. “내일 장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 2년 뒤 시황을 예측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것.
대신 저평가된 종목을 구입한 뒤 종목의 원래 가치에 맞는 가격이 형성되면 팔아 차익을 거두는 ‘가치투자’가 이들의 특기다. 코스피가 오를지 내릴지는 몰라도 될성부른 종목을 연구하다보면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지점 영업을 뛰던 신입사원 시절 주가가 1,000에서 순식간에 460까지 떨어졌다”며 “가능한 한 돈을 잃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고민하다가 가치투자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허 본부장 역시 “주가가 급락할 때 전 재산을 날리는 고객의 모습을 보며 증권시장이 ‘자본시장의 꽃’이라기보다는 ‘죽음의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기업의 자산가치와 주당가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가치투자자라면 뚝심 있어야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다. 1988년 같은 해에 입사한 이들은 이직이 잦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한 지주회사에 25년간 몸담았다. 두 사람은 가치투자에 최적화된 성격을 타고 났다고 자평했다. 위험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 부사장)과 자신의 결정은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성격(허 본부장)이어서 가치투자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의 생활 속 ‘리스크 관리’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는 마음에 드는 책, 음반이 있으면 3개씩 구입한다. “절판되면 잃어버려도 사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게 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아내에게 받는 용돈도 재킷 안주머니, 바지 뒷주머니, 셔츠 앞주머니에 분산 보관한다.
허 본부장은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종목에 대해서는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25년 지기이자 가치투자 동반자인 이 부사장의 조언에도 눈 한 번 꿈쩍이지 않는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의 장점은 시장이 안 좋아도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뚜벅뚜벅 내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허 본부장은 “아직 숨어있는 종목은 무궁무진하다”며 “제대로 된 투자를 배우지 못한 베이비부머가 자산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