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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피운 나도 금연… 왜 못끊나”

입력 | 2013-06-11 03:00:00

■ 성일환 공군총장 담배와의 전쟁 왜
애연가 원성 속 금연지역 점점 확대… 천연조미료 권하고 反나트륨 작전도




공군이 4일 “다음 달 1일부터 전 부대의 흡연 구역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자 공군 장병들 사이에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금연령을 내린 주인공은 성일환 공군참모총장(59·공사 26기·사진). 그는 장병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일각의 반발 움직임에 “조종사 선발 신체검사 결과 니코틴이 검출된 사람은 조종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인 비행훈련을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초강수로 맞받았다.

애연가 공군 장병들 사이에선 ‘공공의 적’으로 꼽히는 성 참모총장은 담배라면 질색을 한다. 총장 주재 회의가 있으면 부하들은 행여나 담배 냄새가 날까봐 담뱃갑 자체를 멀리 치워 놓을 정도다. 2009년 공군사관학교 교장 시절에는 “생도들에게 흡연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도들의 생활공간에서 다른 장병들이 흡연을 해서야 되겠느냐”며 교내 모든 지역에서의 흡연금지 명령을 내렸다. 2011년 공군 교육사령관 때는 공군 교육사령부 전체를 금연지역으로 설정하고 BX(공군의 PX)와 관사 슈퍼에서 담배 판매 중지까지 검토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가 ‘모태 금연주의자’는 아니다. 오히려 초임장교 시절부터 20여 년간 담배를 피워 온 골초였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가족들의 권유로 여러 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며칠 안 가서 실패로 끝나곤 했다. 본인 스스로도 ‘굳이 담배를 끊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2008년 금연 전도사이자 암 수술의 대가인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의 금연 강의를 들은 뒤 180도 다른 사람이 됐다. 그날 이후 미련 없이 담배와 라이터를 버렸다. 한 측근은 “비참하게 죽은 폐암 환자 얘기를 들은 뒤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열성적 금연 전도사로 변신했다. 대대적 금연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주위에서 ‘당신만 끊으면 됐지, 왜 다른 사람에게 강권하느냐’고 핀잔을 해도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내가 끊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끊지 못할 리 없다.”

금연에 대한 열정은 건강에 대한 유별난 관심으로 진화했다. 그는 3월 공군 전 부대 식당에 천연조미료를 사용한 식단만 제공하도록 조치했다. 이어 전 부대를 대상으로 ‘나트륨 대량 감축 작전’을 실시해 건강 식단을 보급하는 데 애썼다. 성 참모총장은 “금연령은 일부의 거부감이 있으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라며 “금연 환경을 조성해 장병들의 자발적 금연을 유도하는 것이지, 흡연자들을 무작정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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