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장 같은 1950년대풍의 한옥서점, 알고 보니 서울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
63년째 대오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오남 씨가 가득 쌓아둔 헌책 앞에 섰다. 1951년 스무 살 새색시였던 권 씨가 남편과 함께 시작한 서점이 어느새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 됐다. 그는 “추억을 찾아 서점에 오는 사람들이 있어 문을 닫을 수 없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헌책방은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대오서점’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서점’ 부분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지만 특유의 운치가 풍긴다. 두 주인공이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미닫이문을 열고 서점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중인이 살았을 법한 아담한 한옥이 나온다. 대청마루, 처마 아래 등 공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책이 빽빽이 꽂혀 있다.
195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서점이어서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만든 세트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서점은 종로구 서촌(통인·옥인·누하동 일대)에서 운영 중이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다. 실제 이름도 ‘대오서점’이다. 가수 이승기의 ‘나에게 초대’ 뮤직비디오에서도 서촌을 산책하던 이승기가 들르는 헌책방으로 나왔다.
KBS 2TV 드라마 ‘상어’ 화면 캡처
조 씨가 1996년 세상을 떠날 당시 헌책방 업종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권 씨는 헌책 1000여 권을 지인에게 주고 ‘창고 헌책방’도 세를 줬지만 한옥 현관과 집 곳곳에 쌓인 책은 그대로 둔 채 지금도 헌책방을 홀로 운영하고 있다. 서점에는 지금도 옛날 교과서, 1970, 80년대 가요집 등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권 씨는 “누군가 이곳에 찾아와 어린 시절 교과서를 보고 반가워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고 허름한 곳이지만 추억이 있는 공간이라며 카메라에 담아가는 게 고마워서 문을 닫지 못한다”라고 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300m를 직진해 나오는 형제마켓에서 좌회전. 참여연대 건물을 지나 작은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