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격 개봉 블록버스터 맨오브스틸-월드워Z 紙上비교
《 할리우드 대작 2편이 1주일 간격으로 개봉한다. 새로운 슈퍼맨을 그린 ‘맨 오브 스틸’(13일 개봉)과 좀비의 창궐로 인한 세계 재앙을 그린 ‘월드워Z’(20일 개봉)는 2억 달러(약 2300억 원)가 넘는 제작비를 투입해 인기 있는 원작을 재해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과 스타배우 브래드 피트라는 할리우드 거물이 제작을 맡았다. 》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헨리 카빌이 연기했다. 새로운 슈퍼맨은 빨간 팬티를 벗었고 파란 슈트의 채도도 다소 어둡게 낮아졌다. 워너브러더스 제공
‘맨 오브 스틸’의 주인공은 대표적인 슈퍼 히어로인 슈퍼맨. 하지만 영화는 크립톤 행성 출신의 ‘외계인’이라는 슈퍼맨의 뿌리에 주목한다. 전반부의 대부분을 지구에 사는 이방인으로서 슈퍼맨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에 할애한다.
성장통에 무게를 둔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히어로물의 특징을 살렸다. 자신의 ‘사명’을 깨닫게 된 슈퍼맨이 크립톤 행성의 재건을 위해 지구를 파괴하려는 무리에 맞서 우주를 넘나들며 싸우는 과정을 그린다. 왼팔을 쫙 펴고 하늘을 나는 슈퍼맨 특유의 비행신이나 화려한 액션신도 그대로다. ‘300’으로 유명한 잭 스나이퍼 감독은 143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결코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갔다.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좀비 무리를 피해 도망치는 과정과 좀비가 확산되며 카오스에 빠진 군중의 모습이 실감난다. 특히 필라델피아 도심에서 좀비의 습격을 그린 초반부 30분은 긴장감이 넘친다.
‘월드워Z’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좀비와 사투하는 가장을 연기한 브래드 피트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기획자이기도 하다. 롯데시네마 제공
히어로 만화의 전통 강자인 DC코믹스의 만화에서 탄생한 슈퍼맨 캐릭터는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영화를 비롯해 숱한 영화와 TV시리즈로 제작됐다. 그러나 슈퍼맨의 리부트(기존 영화의 콘셉트와 캐릭터만 따서 새롭게 만드는 것) 버전을 표방하는 ‘맨 오브 스틸’은 이야기 구조가 한층 탄탄해졌다. 공동각본을 맡은 데이비드 고이어가 “선택에 대한 고찰”이라고 표현했듯이 영화는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진 슈퍼맨이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살지 선택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월드워Z’의 원작은 맥스 브룩스 작가의 베스트셀러인 동명 소설(‘세계대전Z’)이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을 할리우드식으로 단순화했다. 대신 스펙터클을 강화했다. 세계 곳곳에서 수만 명의 좀비 무리가 출몰하는 과정은 장관이다. 다만 좀비 출몰지역으로 지목된 한국을 1950년대 6·25전쟁과 같은 분위기로 그려낸 것은 씁쓸함을 남긴다.
‘월드워Z’는 브래드 피트가 제작, 주연, 프로듀서 등 1인 3역을 했다. 2003년 제작사 플랜B 엔터테인먼트를 세운 피트는 ‘디파티드’ ‘시간 여행자의 아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머니볼’ 등을 기획하고 제작하며 명성을 쌓았다. 놀런과의 경쟁을 의식해서일까. 피트는 이례적으로 한국 방문을 비롯해 영화 홍보를 위한 월드투어를 하고 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