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예정 남북 당국회담 무산… 정부 “수석대표 格 맞추는건 기본”
통일부 차관 통보… 北은 조평통 국장
北 “장관 나와라” 대표단 파견 보류
12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됐다. 남북은 후속 협상을 위한 차기 접촉 날짜도 잡지 못했다. 북한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회담 무산의 책임을 남측에 돌린 만큼 앞으로 대남 비난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에 대화 국면이 조성될 것이라던 기대에도 짙은 먹구름이 끼게 됐다.
북한은 11일 오후 1시경 판문점 남북 연락사무소(적십자 채널)를 통해 회담에 참석하는 5명의 북측 대표단 명단을 통보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그동안 요구했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아닌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통보했다. 조평통 국장은 우리의 차관급에 해당한다. 이에 맞춰 남측은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명단을 북한에 전달했다. 한국 정부는 “수석대표의 격(格)을 맞추는 것은 회담에 임하는 기본자세”라며 북한 수석대표의 급을 보고 남측 대표단을 결정할 뜻을 밝혀 왔다. 이날 명단 교환은 북한이 9, 10일 판문점 실무접촉 이후 대표단 명단을 보내 달라는 남측 요구를 무시한 채 ‘대표단 명단 동시 교환’을 주장하고 남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남측은 당초 12일 회담을 장관급으로 개최하기 원했으나 사전접촉에서 북한이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보내지 않을 뜻을 수차례 밝힘에 따라 남측 대표단도 차관급으로 정했다. 하지만 북한이 남측 명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회담 자체가 좌초됐다.
북한은 “남측 대표단의 수석대표가 차관급으로 낮아진 것은 우리(북한)에 대한 우롱”이라며 일방적으로 대표단 파견 보류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2007년 5월 21차 장관급회담 이후 6년 만에 개최될 예정이던 남북 당국회담이 시작도 하지 못한 채 표류하게 될 개연성이 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남북 협상 여부에 대해 “내일 태양이 떠보면 알 것”이라며 “그쪽(북측)에서 (대표단 파견) 보류라고 했으니 그쪽의 태도 변화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