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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감동적 디테일에 짐승같은 가속력 “내가 슈퍼 SUV”

입력 | 2013-06-13 03:00:00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10년 만에 완전변경 4세대 모델 출시, 내구성 유지하면서 420kg 다이어트
실내는 최고급 가죽·오디오로 꾸미고 5L급 8기통 엔진, 놀라운 폭발력 뽐내




다음은 일본을 대표하는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의 이야기다. 사카모토는 미국 뉴욕에 체류하던 시절 9·11테러를 겪었다. 그는 짐을 싸서 일본에 돌아가는 대신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업체인 랜드로버의 최상위 모델 ‘레인지로버’를 샀다. 이 차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절반쯤은 믿었던 거다.

기존 모델 이후 10년 만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인 ‘올 뉴 레인지로버’가 2월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최첨단의 사양과 성능을 갖춰 최고의 SUV를 지향하는 레인지로버의 신작인 4세대 모델은 이 차를 기다리던 전 세계 마니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외관은 기존 레인지로버의 실루엣을 계승하면서도 꼼꼼한 디테일로 ‘이런 곳까지 신경 썼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어두운 곳에서 사이드미러에 내장된 조명을 땅바닥에 비추어 차의 이름을 표시하는 기능은 무릎을 탁 치게 할 정도다.

레인지로버는 길이 5m, 높이 1.8m의 덩치를 자랑한다. 무게는 2.5t다. 차체를 100% 알루미늄으로 짜 넣어 구형보다 420kg의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내구성을 유지하면서 연료소비효율(연비)은 물론, 차의 민첩성도 좋아졌다.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고배기량의 5L급 8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510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한다. 조금 작은 코끼리만 한 덩치의 차가 8단 자동변속기와 어우러져 5.4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225km.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있기가 두려울 만큼 폭발적인 가속능력을 자랑한다. 가히 ‘슈퍼 SUV’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성능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아늑한 응접실 같은 느낌이다. 널찍한 실내를 고급 가죽과 목재, 메탈 장식으로 호사롭게 장식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전매특허인 다이얼 방식의 변속기와 차의 움직임을 자갈밭, 빗길 등 지형에 최적화하는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도 여전하다. 약간의 운전실력만 받쳐준다면 ‘그 어떤 험한 길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절로 생긴다.

레인지로버는 최고의 음악감상실이기도 한데, 8인치급 모니터와 고급 오디오업체인 메리디안의 19개의 스피커가 장착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달았다. 고급차에 걸맞게 안전성도 높다. 탑승객을 보호하는 공간에 고강도 알루미늄을 사용해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한다. 유럽의 차량 충돌 시 안전성을 평가하는 유로 NCAP에서 최고점인 5스타를 받았다.

레인지로버가 고소득층으로부터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높은 품질에서 비롯되는 소장가치와 안전성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구입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시승에 사용된 ‘5.0 V8 슈퍼차지드 보그 SE’는 1억8890만 원. 연비는 L당 6.2km로 기존 모델보다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유지비 부담이 적지 않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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