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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왕이면 직원도 왕” 진상고객 전화 끊으니 놀라운 결과가…

입력 | 2013-06-13 03:00:00

[DBR/케이스 스터디]현대카드의 고객만족 혁신




DBR 그래픽

《 2011년 12월 현대카드의 고객만족 시상 행사 때 한 편의 동영상이 상영됐다. 전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영된 동영상에는 고객으로부터 온갖 욕설을 들어야 했던 한 남성 콜센터 직원이 등장한다. 욕설은 장장 30분 동안 이어졌다. 영상은 이 직원이 상담 후 밖으로 나와 쓸쓸히 담배 두 대를 연달아 피우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동영상이 끝나자 고객만족 우수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장이 숙연해졌다. 》



미국행 비행기에서 벌어진 한 대기업 임원의 승무원 폭행 사건으로 고객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카드 회사 콜센터 직원들도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이들은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일부 소비자는 이를 악용해 욕설을 퍼붓거나 부당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소위 ‘진상 고객’에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다르게 접근했다. 진상 고객의 전화를 끊어버리는 파격적 조치를 취했다. 그랬더니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졌고 선량한 고객들은 혜택을 봤다. 현대카드의 고객만족 혁신 전략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30호(6월 1일자)에서 집중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성희롱, 비속어 사용 고객 응대 중단

현대카드는 진상고객 응대를 두 가지 차원에서 다르게 해석했다. 첫째, 진상 고객의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 오히려 직원 보호를 통해 업무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러한 고객들은 대체로 전화를 끊지 않고 오랜 시간 통화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로 인해 대기시간이 길어져 다른 일반적인 고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현대카드는 2012년 2월부터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직원들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고객에 대해 두 번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후 응대를 중단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콜센터 직원들을 성희롱과 폭언으로부터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고객이 무조건 ‘왕’으로 인식되고 있는 국내 서비스업계에서 현대카드의 이 정책은 파격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자칫 고객들에게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남겨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 도입 후 현대카드 측에서 먼저 전화를 끊은 사례는 월평균 31건이었다. 이전까지 콜센터 직원이 고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먼저 끊는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2010년 15%에 이르던 상담원 이직률은 올해 들어 4%대로 낮아졌다. 고객들은 더 빨리 일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

○ 고객 응대 스크립트 간소화

‘손님 앉으실게요’ ‘한도가 나오셔서요’. 식당, 백화점뿐만 아니라 전화 상담을 하는 콜센터에서 어법에 맞지 않는 이상한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문제가 크다고 판단한 정태영 사장의 지시로 이상한 상담 언어를 바꾸기 위해 현대카드는 두 가지 조치를 내렸다. 우선 카피라이터 출신의 전문 직원을 두 명 채용해 고객 상담 대본을 샅샅이 분석했고 관련 임원들이 모여 일주일에 두 시간씩 상담 대본을 읽고 녹음된 내용을 들어보는 회의를 열었다.

준비를 거쳐 2012년 8월 현대카드는 고객 상담 대본을 전면 개편했다. ‘하시옵고, 되어질 수, 있사오며’ 등 어법에 맞지 않은 표현, ‘고객님의 소중한 정보보호’ 등 불필요한 미사여구를 전부 없앴다. 이를 위해 상담센터는 물론이고 현업 부서, 마케팅 등 관련 부서와 협의 체제를 구축했고 총 1000여 개의 대본을 고객 중심으로 바꿨다. 예를 들어 ‘피해를 보상해 드리고’라는 말을 고객 입장에서 해석해 ‘피해를 보상받으실 수 있고’로 바꿨으며 ‘내사 없이’란 어려운 표현도 ‘방문 없이’로 바꿨다. 또 규정상 필수적으로 안내해야 하는 사항이나 길어서 기억하기 어려운 내용은 해당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효과를 측정해 보니 한 달 동안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안내하던 시간을 총 582.4시간 단축할 수 있었다.

○ ‘성장’에서 ‘고객’으로 관심을 돌리다

현대카드는 2001년 창립 후 후발주자로서 성장에 주력했다. 그동안 고객에게 어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고객의 로열티 구축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경부터 “회사가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 문제가 불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때부터 고객만족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에 대한 직접적인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부서를 하나로 모아 본부를 조직했다. 내부 인력만 1200명에 콜센터 직원 3000명을 합쳐 4000명이 넘는, 현대카드에서 가장 큰 조직이 탄생했다. 본부의 수장을 맡은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 출신의 김정인 본부장(현 기획지원본부장)은 “고객만족을 단순히 친절함 차원에서 보지 않고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새로운 고객만족 체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 큰 혁신과 작은 디테일 동시 요구

성장에 주력하던 현대카드가 고객만족 혁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혁신’과 ‘디테일’을 동시에 챙긴 덕분이었다. 현대카드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충분히 혁신적인가”라고 질문하는 문화가 있다. 이는 정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내부적으로 항상 ‘원래 하던 걸 조금 더 잘하는 것’보다는 ‘업계를 흔들 만큼 혁신적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충분히 큰 혁신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계속된 요구가 실무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최고경영진에서 체계를 흔드는 혁신에 대한 계속된 시그널을 주고 실제로 모범 사례를 만들어 줘야 실무자들도 큰 혁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도 강하다. 콜센터 업무 혁신 과정에서도 임원들이 직접 상담 대본을 읽고 긴 시간의 녹취 내용을 들어봤다. 카드 디자인이 새로 나오면 정 사장이 직접 “이 카드 모서리가 지금 R(모서리 굴림값)이 1인데 R이 2가 더 예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큰 혁신을 요구하는 문화와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큰 혁신에 대한 요구와 맞물려 조직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행 과정에서 디테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 경영진은 지속적으로 상반된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있다. ‘충분히 혁신적인가’ 그리고 ‘디테일 측면에서 그것을 충분히 담아낼 만큼 정교한가’라는 두 질문은 현대카드를 계속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30호(2013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한국형 힐링 마케팅’ 전략은

▼ 스페셜 리포트


‘웰빙’이 더 나은 삶을 의미하는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개념인 반면 ‘힐링’은 상처받은 마음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는 과거지향적 개념이다. 웰빙 마케팅이란 말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지만 힐링 마케팅은 유독 한국에서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개인적, 사회적 피로도가 높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소비자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면서 부드럽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한국형 힐링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들을 소개한다. 또 마음에 상처를 받기 쉬운 서비스직 종사자, 즉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조직 차원의 지원 방법도 알아본다.




하버드의대, 아이디어 대회 왜?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하버드대 의대는 2만 명이 넘는 세계 최상급 연구진을 보유한 엘리트 조직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도 풍부하게 지원받아 겉보기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엘리트 문화 때문에 외부에 대해, 또 연구자들 서로 간에 폐쇄적인 면이 있었다.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도 부족했다. 대학 측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자 했다. 우선 2010년 상금 3만 달러(약 3400만 원)를 걸고 당뇨병 치료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었다. 참가자 160여 명 중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을 적절히 묶어 7개의 연구팀을 만들어줬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으로 모이자 개인 단위로는 생각지 못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다. 하버드대의 개방형 혁신 전략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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