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업계 ‘미스터 쓴소리’ 이덕환교수
지난 10년간 소비예측 번번이 빗나가… 부처간 장벽 낮춰 올바른 정책 세워야

11일 만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59·사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거침없이 민감한 문제를 파고들었다.
이 교수는 “한국에는 석유 정책, 가스 정책, 전력수급 정책, 신재생에너지 정책만 있지, 정작 이를 모두 아우르는 에너지 정책은 전무하다”며 “이는 에너지 전반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2002년 이후 정부가 2년마다 내놓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최대전력수요와 전력 예비율 예측치 등은 틀리기 일쑤였다.
이 교수는 “에너지 산업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세녹스 사건이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세녹스가 첨가제인지 연료인지를 두고 사회적, 법적 논쟁이 벌어지는 사이 정부 관계자들이 기초적인 화학지식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실망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공식석상이나 신문 칼럼 등을 통해 이런 얘기를 하면 ‘왜 자연과학자가 에너지 정책 얘기를 하느냐’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며 “그렇다면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에 나만큼이라도 에너지 전반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제대로 된 에너지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 간, 그리고 부서 간 ‘장벽’을 낮추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부처나 다른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적절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