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후 임원들 이미경 부회장 쪽으로 줄서기 소문
CJ그룹은 그동안 어머니 손복남 CJ 고문(80)이 동생인 이 회장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55) 간의 그룹 내 위계를 유지하는 ‘교통정리’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고문의 장악력과 중재 덕분에 남매가 별 다툼 없이 지내 왔다는 것.
그러나 CJ그룹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 수사로 이 회장 체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손 고문으로선 ‘새 판’을 짜야 하는데 그 중심엔 당연히 이 부회장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그룹 내의 권력 흐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 회장을 따르던 그룹 고위 임원들이 이 부회장 쪽으로 ‘줄서기’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업계에선 오랫동안 잠재돼 있던 그룹 내 갈등 구도가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물 위로 떠오를 조짐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룹 내 권력을 실질적으로 교체하려면 지주회사인 CJ㈜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을 낮추고 이 부회장의 지분을 늘려야 한다. 지난달 분기보고서(3월 31일 기준)를 보면 이 회장의 CJ㈜ 지분은 42.30%로 나와 있고 이 부회장은 지분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CJ그룹 내 지분 형성 과정을 오랫동안 살펴본 검사들은 “손 고문이 마음만 먹으면 (지분 변경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이 회장은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를 비롯해 8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고 있지만 이달 말경 검찰 소환이 다가오면 그룹 내 모든 공식적인 직위를 내려놓고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사에서 800억 원대 횡령 의혹이 새롭게 드러나는 등 구속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자 ‘구속 단계에서 검찰과 다투지 않고 법원 재판에서 석방을 서두른다’는 출구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수감과 재판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룹 내 지배권을 이 부회장에게 빼앗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회장이 최근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을 거론한 것도 이 부회장에 대한 견제 전략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사적인 일까지 보좌하던 기존 측근그룹(A팀)이 이번 검찰 수사 국면에서 제 역할을 못했다고 보고 보스턴컨설팅그룹 임원 출신 등을 영입해 새로운 팀(B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