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청회 아수라장… 출발부터 잡음“교통-인구 대책없고 집값하락 우려”… 주민-지자체 비대위 꾸려 철회 촉구
“행복주택 지역특성 무시”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서울 양천·노원구, 경기 안양시 등 해당 지역주민 150여 명이 12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행복주택 공청회’를 찾아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안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재평 국토교통부 공공택지기획과 서기관이 공청회에서 “지자체와 협의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자 객석에서는 “언제 협의했느냐” “거짓말하지 마라” 같은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주민은 단상을 점거하고 공청회 진행을 막았다. 2시간가량 주민들 항의가 끝난 뒤에야 토론이 진행됐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행복주택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임대료가 주변의 절반 수준인 공공 임대 아파트 등을 짓는 행복 주택 사업이 집값 하락 등을 유발한다며 지역주민과 해당 자치구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 설득이 어려울 경우 사업계획 변경도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0일 서울 6곳과 경기 안산시 1곳 등 수도권 7곳의 철도용지와 유수지에 행복주택 1만50채를 짓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뒤 해당 지자체에서는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가장 많은 2800채의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양천구는 지난달 30일 지역구 국회의원, 시·구의원과 함께 국토부에 반대 입장을 공식 전달한 데 이어 구청에 행복주택대책반을 따로 꾸려 정부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공릉동 경춘선 폐선용지가 시범지구로 지정된 노원구도 국토부에 반대 입장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잠실·가락동 2곳이 시범지구로 지정된 송파구는 이들 2개 구와 함께 이달 5일부터 시작된 주민공람공고마저 거부한 상황. 경기도 역시 안산시 고잔지구 지정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행복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도 속속 꾸리고 있다. 신정호 양천구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7일까지 주민 3만 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청와대, 국토부에 전달했다”며 “2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뜻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5일 구성된 노원구 주민비상대책위원회도 반대서명을 받는 한편 17일 공릉동 행복주택 사업지에서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지자체들은 교통 체증, 인구 과밀화, 학교 부족 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시범지구를 지정했다는 점에 반발하고 있다. 또 임대주택 거주 저소득층이 늘면 사회복지지출이 늘어 지방재정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다. 주민들도 지역 이미지가 깎이고 집값이 하락하는 등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 이기주의’ ‘님비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지자체와 주민들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중앙정부의 독단적 행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노원구 관계자는 “경춘선 폐선용지는 공원, 복합문화시설을 짓기로 하고 서울시,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업무협약까지 맺은 곳인데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했다”며 “심지어 발표 불과 4시간 전에 지자체에 사실을 알렸다”고 분개했다. 양천구 관계자는 “현재 목동 유수지에 있는 주차장과 빗물펌프장, 쓰레기 집하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물어도 정부에서는 답이 없다”며 “행복주택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여건이 안 되는 곳에 무리하게 추진하니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재명·정임수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