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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인터넷 판매 건의 5개월… 아직 실태조사도 없더라”

입력 | 2013-06-14 03:00:00

“손톱 밑 가시 얼마나 뽑혔나” 민원 제기 17명에 물었더니




《 대구지역에서 택배업을 하는 D사의 김모 대표는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손톱 밑 가시’가 뭔지 들어보는 간담회를 연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 대표는 1월 24일 간담회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 가기 위해 이른 아침에 KTX에 몸을 실었다. 소형 택배업체도 택배차량 허가를 얻을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

○ “바뀐 게 뭐가 있나”

5개월이 지난 이달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손톱 밑 가시’로 올라온 안건이 많아서인지 한동안 기다려도 정부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내가 궁금해서 중기중앙회에 어떻게 됐는지 물어봤고 이후에 ‘장기 과제로 뒀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올라갔는데 장기 과제로 두다니…”라며 씁쓸해했다.

택배차량 허가를 얻지 못해 무허가 상태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자가용 택배차’ 문제는 물류업계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단속 위험 속에 무허가 영업을 하는 영세 기업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화물차 공급 과잉을 함께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월 간담회 때 이처럼 업종별로 오랜 민원을 해결해 달라는 건의가 쏟아졌으나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건의를 했던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바뀐 게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간담회장에서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S사 김모 대표는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듣기는 했는데 아직 도입된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대기업에 포장재를 납품한다는 그는 “정부가 ‘이런저런 조치를 취했다’는 공문을 보내오긴 했는데 공문 내용을 보니 실제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은 없더라”고 말했다.

키코(KIKO)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공동위원장인 양재하 동양기전 대표는 “키코 사태에 대한 공동조사와 피해구제를 건의했으나 아직 확답을 들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부처별로 중복되는 검사와 인증이 너무 많다”고 건의했던 화학업계 A사 대표는 “현재로선 달라진 게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식당에서 미성년자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해결 방법을 찾아 달라”고 건의했던 유모 씨도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 실태조사도 없었다”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 “정부의 해결 의지는 있는 것 같은데…”

1, 2월 동아일보 ‘손톱 밑 가시를 뽑자’ 시리즈 취재에 응했던 중소기업인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밭에 뿌리면 비료가 되는데 쌈무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을 꼭 비용을 들여 폐기물 처리를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던 일미농수산의 오영철 회장은 “법은 바뀌지 않았지만 사료업체들이 기사를 보고 연락해 와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떡을 팔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던 김재현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장은 “아직까지 법이나 제도는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인은 연초보다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개성공단 1호 기업인 에스제이테크의 유창근 사장은 1월 간담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개성공단 제품도 한국산으로 인정받는 ‘역외가공’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역외가공 혜택을 받기는커녕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남측 인원 철수 사태에 부닥쳤다. 어린이집이 받거나 실시해야 하는 교육이 너무 많다는 애로를 호소했던 김애리 우림어린이집 원장은 “교육이 오히려 더 강화됐다”고 말했다.

‘헤어미용사 자격증이 없어도 네일미용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한 뒤 인수위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손톱 밑 가시’ 해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던 CNK뷰티네일 차정귀 대표도 완전히 가시가 뽑힌 것은 아니다. 차 대표는 “아직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은 그대로지만 2월에 인수위가 배포한 책자에 6월까지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돼 있었다”며 “그 말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이 사안의 완료 예정일이 9월로 돼 있는데 시행령 입법예고가 9월로 늦춰진 것인지 아니면 입법예고는 6월에 하고 시행령이 완전히 바뀌는 게 9월이라는 얘긴지 몰라 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장강명·정지영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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