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 무산 이후]北, 회담무산 南탓 공세, 왜곡된 주장의 진실은
① “장관급회담 주장한 남측, 통일부 장관 내보낸다고 확약했다”
한국 정부가 7일 북한의 당국 간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장관급회담으로 제안한 것은 사실이다. 통일부는 “북한이 제안한 의제가 포괄적인 만큼 장관급 수석대표가 나와야 이를 책임 있게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9, 10일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당 비서 겸임)을 내보낼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이에 따라 남측 대표도 장관이 안 나올 수 있음을 수차례 설명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② “북한의 당 비서가 남북대화 대표로 나간 적이 없다”
북한은 담화에서 “우리의 당 중앙위 비서가 한갓 괴뢰 행정부처 장관 따위와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인정하는바”라며 “북남대화 역사에서 지금까지 당 중앙위 비서가 공식 당국대화에 단장으로 나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의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남북 예비접촉에 당시 김용순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온 적 있다. 남측 상대는 이홍구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이었다. 2000년 9월 김용순이 특사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는 장관급인 임동원 국정원장이 상대했다. 따라서 ‘북한의 당 비서가 공식 대화에 나온 적 없다, 남한의 장관 따위는 상대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③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남한 차관을 상대했고, 서기국 국장은 장관급이다”
이에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그동안 한국을 괴뢰정부로 낮춰보며 장관급에 맞지 않는 서기국 1부국장을 ‘내각 책임참사’로 포장해 대표로 내보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노동당 외곽기구에 불과한 조평통의 서기국장을 (우리가) 차관급으로 봐준 것도 매우 호의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1∼4차 장관급회담 북측 수석대표였던 전금진은 1985년 조평통 서기국장을 지낸 뒤 회담 직전 서기국 제1부국장을 맡고 있었다. 따라서 서기국 제1부국장보다 격을 높여 이번에 서기국장을 수석대표로 정했다는 북한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④ “남측이 중상모독 발언했고, 우리가 사죄 요구하자 철회했다”
9, 10일 실무접촉에서 남측이 김양건 통전부장을 모독했고 북한이 문제 삼자 천해성 남측 수석대표가 “그런 말한 적 없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발뺌하다가 결국 망발을 철회했다고 북한 담화는 주장했다.
⑤ “회담 장소와 일정 모두 남측 방안으로만 고집했다”
북한은 “남측이 실무접촉도, 본회담도 모두 남측 지역에서 하자고 우기면서 회담 날짜도 극히 짧은 1박 2일로 바투(짧게) 잡았다”며 회담의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이 처음부터 ‘장소와 시간을 남측에 일임한다’고 했고 실무접촉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시일이 촉박해 준비 상황이 편리하도록 남쪽으로 정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당국자는 “한창 협상 중인데 회담 이틀째 밤 12시가 됐다고 북한 대표단에 ‘짐을 싸라’고 요구하겠느냐”며 “실제 회담이 길어지면서 일정이 연장된 경우는 많았다”고 밝혔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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