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장 요동]
심각한 딜러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42% 내린 1,882.73에 장을 마쳐 약 7개월 만에 1,900 선이 깨졌고 원-달러 환율은 0.8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134.4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문제는 미국 외에 유럽,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경제 회복세에 지역별로 큰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출구전략을 쓰면 높은 수익을 찾아 한국 등 신흥국 증시와 채권시장에 들어왔던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일시에 빠져나가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장기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질 수 있어 우려된다.
○ 신흥국에 드리운 출구전락 먹구름
실제로 6월 들어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2,001.05였던 한국의 코스피는 13일 연중 최저치인 1,882.73으로 5.91%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6.72%, 대만 자취안지수는 3.6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는 9.09%, 말레이시아는 1.49% 하락하는 등 동남아 신흥국 증시 역시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에는 주가 급락과 함께 외환시장 불안까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환율은 역대 최고치로 뛰었으며 (통화 가치는 하락) 필리핀 페소화 환율 역시 최근 급등하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7개월간의 글로벌 주가 상승은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의한 것이어서 출구전략의 조짐에 금융시장이 엄청난 공포심을 갖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18일 시작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벤 버냉키 미국 FRB 의장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대해 취할 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때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의 조기 축소를 부인하더라도 출구전략이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미국이 출구전략을 언제, 어떻게 추진할지 명확해질 때까지 금융시장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선진국을 대신해 한국의 수출 규모를 유지해주던 아시아 신흥국 경제의 악화는 한국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해 올해 2.8% 안팎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일단 미국 출구전략에 따른 자본 유·출입 상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이 빠지면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하반기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만큼 과민 반응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시장 불안은 한국의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환율 방어 등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면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양적완화 출구전략 ::
경기 회복을 위해 풀었던 지나친 유동성(돈)을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서서히 거두어들이는 전략.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QE)를 실시했다. 지나치게 풀린 돈은 경제에 거품을 유발할 수 있는 데다 무한정 돈을 풀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일정 시점에서 양적완화를 중단하며 출구전략에 나서게 된다. 최근 미국이 경기 회복세에 맞춰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BYLINE]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