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에서 사람 나와 사진 찍어가긴 했는데 전통시장 가시 그대로”
손님에게 컵라면에 물을 부어 주는 것도 단속 눈치를 봐야 하는 PC방의 고충을 소개한 본보 1월 12일자 A1면 기사.
12일 서울 성동구 응봉동 응봉현대아파트 건너편의 C&A PC방. 다섯 달 만에 다시 만난 이천희 사장(40)은 컵라면 이야기에 잠시 얼굴이 밝아졌다. PC방에서 손님에게 컵라면에 물을 부어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동아일보 보도 후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로 꼽혔고 정부는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고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1월 7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손톱 밑 가시’를 빼주겠다”고 밝힌 뒤 150여 일이 지났다. 대통령직인수위는 같은 달 24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으로부터 각종 ‘손톱 밑 가시’를 듣는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C&A PC방 이 사장의 경우 컵라면 문제는 해결됐지만 살림살이는 더 나빠졌다. 연초에 하루 120∼130명이던 손님이 요즘은 80∼90명으로 줄었다. 대형 PC방에 손님을 뺏기고 스마트폰 게임이 유행하는 영향일 것이라고 이 사장은 생각한다.
대통령직인수위 간담회에 참석했던 경기 군포시 산본시장의 박은숙 황금건어물 대표(53·여)는 ‘전통시장 상인들도 손쉽게 화재보험을 들 수 있게 해 달라’는 건의가 규제개혁 과제로 채택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직 변한 건 없지만 그 사이 중소기업청에서 사람이 와서 실태 사진도 찍어갔다. 정작 요즘 박 대표의 관심은 화재보험이 아니라 미국식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산본시장 인근에 내기로 한 이마트의 계획에 온통 쏠려 있다. 박 대표는 “(시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데 시장 상인들이 무슨 수로 당하겠느냐”며 “이마트와 싸워야 하는데 힘들다”고 말했다.
장강명·정지영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