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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냥꾼’ 美 민간 정보 수집업체들 초고속 성장

입력 | 2013-06-14 03:00:00

개인 병력-출산정보 팔아 年 수십억 달러 수입
美엑시옴, 전세계 7억명 파일 보유, 불법유출 우려 크지만 단속 근거 없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시에 살고 있는 컬레이 네이글 씨(26)는 첫 출산 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분유업체 시밀락과 유아용품 업체 베이비저러스는 물론이고 보험업체인 거버생명보험사에서도 자신들의 상품 구입을 부탁하는 대량의 광고 e메일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업체는 네이글 씨가 주변의 가족과 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기도 전에 유아용품 구입을 권유하는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업체 단 한 군데에도 임신 사실을 말한 적이 없는데 그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민간인 정보 수집 사건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미국의 민간 정보 수집 업체들은 개인의 세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개인정보 수집 업체들은 네이글 씨의 경우처럼 특정 개인의 유아용품 구매명세, 임신 관련 정보 구독 사실 등을 통해 임신 사실을 알아내고 이 정보를 유아용품 업체 등에 팔았다. 정보 수집 업체들은 컴퓨터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개개인이 입력하는 상품의 품질보증서, 경품추첨 이벤트, 소비자 설문조사 기록 등과 웹사이트 방문 기록, 온라인 상품 구매명세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이것을 기업이나 광고 업체 등에 판매한다.

업체들이 파는 개인정보는 어느 정도의 구체성을 지녔느냐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다. 나이 주소 같은 기본적인 정보는 1000명당 0.5달러를 받고 판다. 하지만 암 당뇨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의 이름과 e메일 주소 등 구체적인 정보는 ‘leadsplease.com’에서 1000명당 260달러의 고가에 팔린다. 환자가 앓고 있는 병을 알면 약 구매, 병원 소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생아 부모의 인적사항도 그 부모가 앞으로 유아용품 구매, 분유 구매 등 구체적인 상품 지출이 확실시돼 1000명당 85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 수집 시장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매년 수십억 달러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이 분야의 대표 업체인 엑시옴은 작년 한 해 11억 달러(약 1조24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의 양도 점차 늘어 엑시옴은 전 세계 7억 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또 다른 업체인 ALC데이터는 미국 신생아와 그 부모 가운데 80% 이상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이와 같이 부지불식간에 개인정보가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현행법상 정보 수집 기업들을 단속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고 밝힌다. 페이스북 애플 등 정보통신 업체들도 일정 부문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상황에서 어디까지를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으로 잡을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제이 록펠러 연방 상원의원(민주·웨스트버지니아)도 민간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을 막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기업 측의 로비로 결국 실패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