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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제중에 입시 부정 있다고 ‘로또 입시’ 만들어서야

입력 | 2013-06-15 03:00:00


영훈중과 대원중에서 입시 비리가 드러나자 서울시교육청이 2015학년도부터 국제중 신입생 전원을 추첨 선발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주관적 기준을 적용해 채점 시비가 불거졌던 자기개발계획서 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 평가를 모두 없애고 일반 전형은 일괄 추첨, 사회통합 전형(과거 사회적 배려자 전형)은 단계적인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는다는 것이다. 이대로 입시를 진행하게 되면 ‘로또 입시’라는 말을 듣게 될 판이다.

외국인들이 기이하게 여기는 것이 국내 사립초등학교의 추첨제도다. 제비뽑기의 결과에 따라 엄마와 어린아이가 울고 웃는 풍경이 벌어진다. 더구나 국제중은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대부분의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다. 국제중의 설립 취지와 학생들의 수학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추첨 선발한다는 발상은 터무니없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의 설립 취지가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해 우수 인재로 길러내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사회적 논란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편법일 뿐 설득력이 없다.

학교 측이 돈을 받거나 성적을 조작해 입학시키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이번 국제중 입시 비리는 교육청 감사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사법처리하면 된다. 일부 국제중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설립 취지를 무시하고 제비뽑기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격이다.

국제중에 대한 과열도 따지고 보면 기존 평준화제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수준 높은 교육, 차별화된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눈 감고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을 강요하면 부유층을 중심으로 학생들은 한국을 떠날 것이다. 이들을 한국에 붙잡아두고 외국 학생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국제학교는 필요하다. 국경이 무너진 지 오래인 글로벌 시대에 교육 분야만 한국 시장에 매몰돼서야 되겠는가.

문제가 국제중이 아니라 입시 부정이라면 해법도 입시 부정의 재발을 막는 데서 찾아야 한다. 추첨 선발은 올바른 입시 전형이 아닐뿐더러 ‘국제중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할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국제중 폐지에 반대한다”고만 하지 말고 국제중의 기형적인 추첨 선발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