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화 위해 민주주의 원하지만 미국식 민주주의를 원하지는 않는다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 당시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진입한 탱크부대 앞을 한 남성이 가로막고 서 있는 모습. 텔레그래프 제공
중국의 젊은이들은 취업난이나 부패에는 민감하지만 이를 정치체제의 문제로 걸고넘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서방 학자들은 중국의 소득이 늘어나면 민주화 요구가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1년 세계를 휩쓴 ‘재스민 시위’마저 중국을 비켜갔다.
중국 국민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3월 출간된 ‘중국인은 어떤 민주를 원하나(中國人想要什마樣的民主)’는 이 물음에 일부나마 답을 내놓았다. 저자인 중국사회과학원 정치학연구소 장밍수(張明澍) 부연구원은 전국 1750명을 상대로 ‘민주주의’를 물었다.
공산당 일당독재 대신 4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르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선호할 것 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식 양당제 수용 여부에 대해선 61.1%가 반대했다.
물론 중국인들도 정치적 민주주의를 원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해를 정치권력에 투영시키기보다는 정치권 자체의 정화를 위해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응답자들은 민주주의가 왜 진전돼야 하느냐는 물음(복수 응답)에 72.3%가 ‘부패가 심해서’라고 지적했다. ‘정기적인 선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18.9%에 불과했다. 정치체제 개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청렴한 정부 건설’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중(31.1%)을 차지했다. 정치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필요한 상황에서만 참여’(37.8%), ‘가능하면 적게 참여’(32.5%), ‘관심과 참여’(29.3%)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시각에서 보면 중국의 정치의식은 아직 멀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보기에는 서구 민주주의는 앞으로도 당분간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 인권운동가들이 대중과 유리된 채 외로운 투쟁을 벌이는 이유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채널A 영상]천광청 “중국 민주화 개혁, 거역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