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 ‘근로제공 확약서’ 강요, 기사 작성 시스템-아이디 폐쇄도
한국일보 기자들, 편집국 봉쇄 항의 집회 한국일보 기자 120여 명이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15층의 편집국이 봉쇄되자 1층 로비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사주의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편집국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한 반면 사측은 편집국 폐쇄가 아닌 정당한 인사조치라며 맞서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사측은 ‘회사의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가 임명한 편집국장 등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근로제공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고 거부하는 기자들을 내쫓았다. 기사를 작성·송고하는 전산시스템을 폐쇄하고 기자들의 아이디도 삭제했다. 15층 편집국 비상계단 출입문을 봉쇄했고 엘리베이터 3대도 15층에서 열리지 않도록 했다.
노조 측은 16일 기자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사의 조치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상원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장은 “출입이 봉쇄된 편집국에서 부장 7명과 기자 7명이 통신 기사에 자기 이름을 달아 ‘짝퉁 한국일보’ 지면을 채우고 있다”며 “이는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권리를 방해한 불법 조치다”라고 말했다. 정병진 주필, 이준희 논설위원실장을 비롯한 논설위원들도 사설 쓰기를 거부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일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자 기자들이 보복인사라고 반발하면서 ‘2중 편집국’ 체제로 운영돼 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