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땐 암호키 원격삭제… 전원 꺼져있으면 불가金국방 등 군간부 300여명 휴대
2급 군사기밀 내용까지 통화할 수 있는 군 수뇌부의 비화 휴대전화. 암호키를 내장하고 있는 케이스(오른쪽)와 휴대전화 본체로 이뤄져 있다.
비화 휴대전화는 음성을 암호화해 감청 및 도청을 방지하는 장치다. 휴대전화는 크게 ‘본체’와 알고리즘과 암호키가 내장된 ‘암호모듈’ 케이스로 나뉜다. 암호모듈 케이스는 전화통화 내용 등을 암호로 변환시켜 전달하는 기기이다. 우리 군의 경우 휴대전화 본체에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탈·부착식 외장형이다. 비화 휴대전화의 가격은 110만 원가량 되는데, 휴대전화 본체(50만 원)보다 암호모듈 케이스(60만 원)가 더 비싸다.
비화 휴대전화로는 2급 군사기밀까지 대화할 수 있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군 수뇌부가 이 휴대전화로 즉각 보고하고 신속히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성통화 도·감청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문자메시지를 엿보는 것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A 대령 사건에서 보듯 ‘24시간 이내’ 신고 규정은 큰 허점을 노출했다. 기무사는 분실 사고가 인지된 다음 날인 4월 3일 오후 9시 25분경 A 대령 휴대전화의 암호키 원격 제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파가 수신되지 않아 암호키 삭제가 불가능하다. 여권 관계자는 “비화 휴대전화의 경우 분실 사고가 즉각 신고돼 관련 조치도 곧바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 전문가들도 암호키의 원격 삭제가 불가능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민간보안업체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습득한 사람은 내부에 위치추적 장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전원을 켜지 않고 제3자에게 돈을 받고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악의 경우 북한 등에 넘어갈 수 있는 만큼 분실 즉시 비화 휴대전화의 암호키를 변경하고, 암호모듈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