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다. 평소보다 땀이 많이 나고 온몸에 약한 열감이 있을 뿐이었다. 때 이른 초여름 더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간 병원. 의사는 ‘갑상샘기능항진증’ 진단을 내리며 절대 휴식을 권했다. 주부 임모 씨(45)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임 씨와 비슷한 갑상샘 환자가 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더위로 인한 열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정재훈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갑상샘기능항진증은 더위를 탈 때 느끼는 증상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여름은 병을 방치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갑상샘은 갑상샘 호르몬을 만들어 필요한 만큼 혈액으로 분비해주는 내분비 기관이다. 갑상샘기능항진증은 호르몬 분비가 많아질 때 생긴다. 신진대사가 증가해 에너지 소모가 많아져 심장이 빨리 뛰고 마치 더위를 많이 타는 것처럼 땀을 줄줄 흘리게 된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체중이 줄기도 한다.
갑상샘 관련 질환자는 2007년 73만 명에서 지난해 113만 명으로 늘어 최근 5년 사이 55%나 증가했다.
갑상샘 질환이 발견됐을 때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평소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는 것도 좋다. 미역 김 다시마 해조류를 지나치게 섭취하면 곤란하다. 과다한 요오드 섭취가 자가면역성 갑상샘염을 일으킬 수 있다.
약 복용 전에는 신중해야 한다. 갑상샘 기능 검사에서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40%가량은 6개월 안에 자연 치유될 수 있다. 김태혁-방영주 서울대 의대 연구팀은 경미한 갑상샘기능저하증 환자 1750명을 추적한 결과 40%가량이 치료 없이 정상 기능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갑상샘기능저하증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뇌와 신체의 성장과 발육을 더디게 만들어 지능지수(IQ)를 떨어뜨리고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 정재훈 교수는 “갑상샘 질환은 환자의 상황에 따라 처방이 다양하다.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