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정치부 기자
당시 박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 제안에 시큰둥했지만 상당수 독자를 비롯해 여권 인사조차 “좋은 아이디어”라는 반응을 보내왔다.
이 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정무수석 인선이 진행되고 있다.
야당과의 소통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새 민주당 대표가 선출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아직 대통령과 인사 한 번 나누지 못했다. 회담 의제 조율에서 서로 불협화음을 냈다지만 ‘통 큰’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진 못한 것 같다.
박 대통령은 5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에게도 정부 정책을 자세히 설명하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통과에 앞장섰던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도움 없이는 국정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입법이 어렵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4개월 전과 달리 청와대 내부에서도 야당 인사나 최소한 야당과 소통이 가능한 정무수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는 것 같다. 물론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하기 때문에 ‘친박’(친박근혜)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내부 의견도 여전하다. 그러나 비서실장과 홍보수석이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인사이고, 여당의 원내지도부도 친박 인사들로 채워져 있어 보완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가장 센 임기 첫해가 새 정치 실험을 할 수 있는 적기다. 정무수석이 야당과 허심탄회하게 국정 운영을 논의하고 야당과 대통령 사이에 의견을 왜곡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신뢰’의 정치를 이뤄낸다면 폭력, 욕설로 얼룩졌던 국회가 업그레이드되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