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뉴욕특파원
지난달 30일 라파예트 가에 먼저 문을 연 ‘구글 하우스’를 찾아봤다. 그곳엔 새 세상이 펼쳐졌다. 5층 건물을 집처럼 만들어 정보기술(IT)이 바꿀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행사 진행 요원들은 모두 ‘구글 글라스’를 착용해 미래세계에 온 듯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최근 세계적 지식 강연인 ‘테드 2013’에서 언급한 말이 스쳐갔다.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방법이 아니다.” 구글 하우스에서는 이를 실제로 보여주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자들의 ‘손과 목’에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주방에서 “쇠고기의 칼로리가 얼마지”라고 말로 물어보면 스마트폰은 음성으로 답했다.
12일 맨해튼 웨스트브로드웨이에 16일까지 문을 연 삼성전자의 ‘삼성 하우스’는 오븐 냉장고 등 생활가전의 미래를 찾기 위한 공간이었다. 세계적 요리사 5명이 가전제품을 쓰면서 느끼는 불편함과 희망사항을 추출해 ‘프리미엄 생활가전’을 만들겠다는 시도가 신선했다.
문제는 누가 이 일을 할 것이냐다. 12일 삼성 하우스 개관을 위해 뉴욕에 온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제일 힘든 건 사람을 바꾸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배경과 이유를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기자는 창의성과 스피드를 가진 인재로 추론했을 뿐이다.
구글 하우스 인근의 구글 뉴욕 오피스를 가본 사람이면 이곳이 회사인지 헷갈린다. 복도에 칠판을 만들어 생각날 때마다 적어도 괜찮다고 하는 곳. 직원들이 최고경영자(CEO)와 식사를 하면서 와인이 떨어졌으니 CEO에게 스스럼없이 갖다 달라고 하는 곳. 벤처 붐이 불 때 한국도 이를 따라해 흉내를 낸 기억이 난다. 그러나 교육환경과 직장문화가 다른 미국을 따라하는 게 과연 해답인가라는 의문이 요즘은 많이 든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창조경제가 화두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국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윤 사장의 ‘사람을 바꾸는 일’이 그 길이라면 기업이 아니라 교육현장이 더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본보가 단독 보도(6월 8일자 19면)한 강찬 씨의 사례가 이를 되돌아보게 한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홈리스로 생활해 온 이방인 같은 이 한국 청년을 미 고등학교와 현지 주민들이 보듬어 결국은 하버드대 전액장학금을 받고 진학하도록 도와줬다. ‘타국에서 온 외국 학생이 노숙인 생활을 하면서 한국 학교를 다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혹자는 그것이 창의력 배양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구글 창업자 브린은 러시아 출신 이민자다. 창의력은 거슬러 올라가면 서로 다름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문화에서 나온다.
단일민족 사회인 한국에서 미국과 같은 인종 포용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다름을 귀하게 여기고 우열(優劣)에 집착하지 않는 교육풍토가 만들어지면 더 쉽게 창조경제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답은 밖에서 베끼기보다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2000년 벤처 열풍 이후 10여 년이 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