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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없어요”… 초등생들 인근 고교에서 수업

입력 | 2013-06-17 03:00:00

■ 편의시설 부족-교육여건 열악




여전히 공사판 1차 이전 대상 기관인 기획재정부 등 7개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세종시 곳곳은 여전히 ‘공사판’이다. 16일 세종시 어진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크레인을 탄 채 작업을 하고 있다. 세종=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세종시만큼은 예외다. 세종시 땅값은 4월에만 0.62% 올라 14개월 연속 상승률 전국 1위 행진을 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진행되는 세종시의 미래가 밝다고 본 투자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면서 땅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외지인’들이 세종시의 미래를 밝게 보는 것과는 달리 세종시의 현재는 밝지 않다. 생활 편의 시설 부족과 열악한 교육 환경 등 주민들의 불편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세종시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세종시 첫마을에 있는 한솔중은 당초 학년당 9개 학급씩 총 27개 학급으로 계획됐지만 1학년만 17반까지 있다. 학생들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1학년생 전원은 한솔중에서 3.5km 떨어진 종촌중(2014년 개교 예정)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통학하고 있다.

한솔초 역시 교실이 부족해 2학년 학생들은 인근 한솔고에서 수업을 하다가 점심시간에는 한솔초로 와서 급식을 먹고 되돌아간다. 반면 한솔고 학생은 당초 예상(24학급 600명)보다 167명 모자란 433명(18학급)에 그치고 있다.

교실 불균형 현상은 학생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스마트 교육’을 내건 첫마을 학교에 대한 기대감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젊은층의 세입자가 대거 입주한 반면에 고등학생 자녀를 둔 사람들은 첫마을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이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밀 학급으로 인해 교육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교실이 부족해 도서관을 교실로 대체하면서 책을 복도에 쌓아두는가 하면 교사가 부족해 방과후 학교 운영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열악한 교육 환경 탓에 학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미스러운 일도 속출하고 있다. 한솔중 1학년생들이 수업을 받는 종촌중 주변은 모두 공사판이어서 일과가 끝난 뒤 교사들이 퇴근하면 중학생들의 ‘해방구’로 변한다.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교내에서 같은 학년 여학생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학교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정부세종청사 내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동을 학대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가족과 함께 세종시로 이사한 경제부처의 과장급 공무원은 “생각보다 교육 여건이 너무 나빠 서울로 다시 이사하는 걸 고민하는 공무원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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