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울산시 MOU 체결, 일부 “암각화 주변환경 훼손 우려”
문화재청과 울산시,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조정실 등 관련 기관은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카이네틱댐 설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7 대 3으로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 MOU에는 변영섭 문화재청장, 박맹우 울산시장,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서명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의 가닥이 잡힌 것은 2003년 울산시가 서울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지 10년 만이다.
카이네틱댐은 내구성이 강화유리의 150배 이상인 폴리카보네이트라는 고강도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수위 변화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이동과 해체가 용이하다. 국내에서는 처음 추진되지만 외국에서는 문화재 보호 용도로 설치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지반 조사, 구조안전성 평가, 사전 테스트 등 3개월간 기술적인 검토를 거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설치 작업에 들어간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름은 댐이지만 토목 공사가 필요하지 않고 경관이나 지형의 변화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암각화 수몰을 막을 수 있고 햇빛을 투과시켜 이끼 발생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0년 동안 끌어온 갈등을 해결할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대로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현장에서 답을 찾은 결과”라며 “대통령도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갈등 관리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대곡리에 자리 잡은 암각화는 바다·육지동물, 포경 장면 등 그림 240여 점을 담은 세계적인 문화재다. 신석기시대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돼 ‘우리 문화재의 맏형’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1965년 암각화 인근에 사연댐이 설치된 후 수위가 높아지면서 침수와 노출이 수십 년간 반복되면서 암각화가 그려진 암면의 23.8%가 손상되는 등 훼손이 심각한 상태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 원인인 인근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울산시는 이 방안이 주민 식수난을 유발한다며 생태제방 설치를 주장하는 등 서로 대립해왔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