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대 열렸다” 테헤란 축제 분위기, 당선인 “국제사회와 화해 나설 용의” 美-EU “핵문제 등 대화 준비” 환영
이란 내무부는 15일 오후 최종 개표 결과 로하니 후보가 전체 유효투표수 3670만4156표 가운데 1861만3329표(50.71%)를 얻어 제1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로하니 당선인은 8월 1일 최고지도자의 대통령 승인식을 거쳐 같은 달 3일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로하니 당선인은 온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 테헤란 축제 분위기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충격적”이라고 평가했을 만큼 로하니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으로 당선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정통 개혁파였던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후보가 11일 후보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고 온건 개혁파의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과 중도파 거물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로하니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움직였다.
○ 온건 개혁파, 서방 제재서 벗어날까
이란은 신정체제이면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외교 국방 사법 종교 등 국가 전반에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선출직 최고위급 인사로서 로하니가 책임지는 경제 사회 교육 분야에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여성부 신설, 소수민족 인권 보호를 공약하고 중도파 인사 대거 기용과 언론 자유의 신장을 약속했다. 이날 테헤란 증시가 2% 오르고 리알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6% 오른 것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 아랍의 봄 열기를 타고 2010년 반정부집회를 주도했다가 감금된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대선후보 등이 풀려날지도 관심사다.
로하니 당선인은 대외적으로는 “서방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평화적 핵개발권을 옹호하면서도 “국제사회와 화해하겠다. 우리는 최근 8년의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EU의 제재로 원유 생산량과 리알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30%를 넘는 등 이란 경제가 계속 나빠지는 것은 대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편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과 직접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 안보 고위대표도 “핵 문제의 신속한 외교적 해법을 찾는 데 이란의 새 지도부와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 로하니 당선인은 10년전 핵개발 계획 지켜낸 ‘협상의 달인’ ▼
10대에 종교 공부를 시작해 신학원에서 수학했고, 팔레비 왕조의 ‘샤(국왕)’에 반대하는 ‘반(反)샤’ 인물로 성장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샤 연설을 해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옹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학 법학과를 졸업(1969년)했고 영국 글래스고 칼레도니안대에서 법학 박사학위(1999년)를 받았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뒤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 국회 부의장을 역임했으며 특히 온건 개혁파였던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시절 핵협상 수석대표(2003∼2005년)를 하면서 ‘협상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이 때문에 국민이 당시 핵협상 수석대표로 나서 핵개발 프로그램을 유지시켰던 역량을 보여줬던 로하니의 능력을 이번 대선에서 높이 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로하니 당선인은 개혁의 대표주자가 아니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용인할 수준의 온건파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