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레스테스 3부작’ ★★★☆
연희단거리패 제공
이 작품은 올해 설립 20년을 맞은 우리극연구소가 배출한 김소희 김미숙 이승헌 세 배우의 연출 데뷔작이다. 세 배우가 매년 젊은 배우를 선발해 1년간 훈련시키는 우리극연구소의 막내기수 배우들을 주축으로 삼아 ‘아가멤논’ ‘제주(祭酒)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을 3시간여 동안 풀어낸다. 김소희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가멤논을 살해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 김미숙 이승헌은 코러스를 이끄는 코러스장으로 직접 출연도 한다.
1994년 결성된 우리극연구소는 연희단거리패의 예술감독 이윤택, 국립극단 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 소장 이병훈, 공연제작센터 대표 윤광진 세 연출가를 중심으로 젊은 배우들에게 한국적 호흡과 발성, 연기술을 연마시켜 왔다. 1기생인 김소희는 연희단거리패 대표이고, 4기생인 김미숙과 이승헌은 연희단거리패 배우장을 맡으며 그 연기술을 한껏 꽃피우고 있다.
1부에선 아가멤논이 가부장적 폭군으로 그려지고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그에 맞서는 여걸로 그려진다. 하지만 2부에선 아가멤논은 고결한 영웅으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간부(姦夫)와 놀아난 요부로 바뀐다. 3부는 모계중심적인 1부와 가부장적인 2부를 교묘히 절충하면서 남성시민 중심의 아테네 민주정에 대한 찬사를 펼친다.
이번 작품은 이런 시대착오성을 능란한 연기술로 돌파한다. 1부에선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선혈 낭자한 복수의 화신으로 그려내 호러 영화를 보는 듯한 선뜩함을 안겨준다. 2부에선 아비의 복수를 위해 신분을 감춘 오레스테스(이재현)를 스릴러 속 킬러처럼 그려낸다. 3부에선 오레스테스를 벌줘야 한다는 ‘복수의 여신들’을 민중의 대변자로, 오레스테스를 옹호하는 아폴론과 아테네 신을 선민의식 가득한 엘리트로 풍자한다.
마지막엔 관객에게 오레스테스 재판의 배심원으로 표결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중견과 신예의 어쩔 수 없는 연기력 격차는 감안하고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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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