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귀 - 부처 손발 - 국회 머리 맞대야 갈등 풀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공공 갈등 해결 방안 마련을 지시한 이후 정부의 해법 찾기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동아일보와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는 ‘정반합 3박자’ 해결 중 정(正)과 합(合)에 해당하는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살펴본다.
○ 맞춤형-그물망식 갈등 예방 시스템
각 부처가 국책사업 초기에 갈등영향분석을 활성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다. 정책이 사회의 미치는 갈등 요인을 예측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분석 과정을 통해 갈등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2011년 당시 지식경제부 등 2개 부처는 갈등영향분석을 한 건도 실시하지 않았고 국토해양부 등 5개 부처는 1건씩만 실시했다.
청와대는 굵직굵직한 국정과제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부처가 미처 집어내지 못한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갈등도 미리 관리해야 한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에 마련된 조기경보체제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원을 직접 듣는 권익위는 국민의 요구 사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의 집단 민원 발생이 예상될 경우 곧바로 부처와 상의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무조정실은 부처 간의 갈등을 조정할 뿐 아니라 각 부처가 진행 중인 갈등 관리 상황을 체크하고 지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 갈등 초기 이해 당사자 포함된 협의체 구성
주요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청회가 열린다. 하지만 이 공청회가 뜻을 모으기 위한 협의의 장이 아니라 오히려 대립 구조를 고착화하거나 주민들의 불만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갈등이 발생한 초기에 조정 협의체를 구성할 때 반드시 공공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나 사회단체 등 이해 당사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게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의 제안이다. 2004년 경기 시화호 간척지 개발 사업의 경우 부처와 주변 3개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합의점을 도출한 성공 사례가 있다는 것.
강영진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후보지 대표들이 참여해 공정한 선정 절차와 기준을 함께 만들어 진행하면 전북 부안 방폐장이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등 용지 선정과 관련한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패턴화된 갈등 권익위-부처-국회 3박자 대처를
권익위는 집단 민원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패턴화된 갈등의 영향을 받는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해당 부처는 권익위의 의견을 받아 반복되는 갈등 대처 매뉴얼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부도 13일 발표한 ‘댐 건설 사업 절차 개선 방안’과 같이 매뉴얼을 갖출 필요가 있다. 옛 지식경제부가 2010년 이후 경남 밀양, 전북 새만금 등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송전탑 건설 갈등과 관련해 한 건의 갈등영향분석도 하지 않았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새길 만하다.
국회는 패턴화된 갈등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 반복되는 갈등 해결의 대부분이 주민 보상과 관련된 것이다. 부처들도 책정된 예산만으로는 주민이 원하는 보상을 해 줄 수 없어 미적대다가 갈등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는 법안 제정 및 개정을 통해 원칙을 세우고 예산을 지원하면 유사 갈등을 막을 수 있다. 국회가 3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켜 대구 광주 수원 등이 겪고 있던 갈등 해소의 단초를 마련한 건 참조할 만한 좋은 사례다.
○ 중장기적으로는 중립적 갈등조정기구 검토
노무현 정부 때 지속발전위원회는 ‘갈등관리지원센터’, 이명박 정부 때 사회통합위원회는 ‘국가공론화위원회’라는 중립적인 갈등조정기구 구성을 검토했으나 불발됐다. 현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국민대통합특위도 공론화위원회 설립을 건의한 바가 있다. 정부가 갈등의 이해 당사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 주도가 아닌 독립적인 기구를 구성해 갈등을 조정하자는 것이 이 기구의 취지다.
지난해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은 사회통합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을 받아 국가공론위원회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대통령, 대법원장, 지방협의체가 추천한 자와 갈등 관리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총사업비가 5000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은 의무적으로 공공토론을 진행하자는 거다.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의 사례를 참조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50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국책사업에 대해 모두 공공토론을 거칠 경우 토론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는 오히려 모든 국책사업의 갈등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과 같이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과 정부가 관여된 대형 갈등의 경우 조정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