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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부총리 “경제민주화로 기업 활동 위축시켜선 안돼”

입력 | 2013-06-19 03:00:00

경제검찰 수장들과 오찬서 당부 “경제민주화-경기회복 양립해야 기업 활동 막는 법안 적극 대응을”
공정위-국세청 등 현장선 볼멘소리 “소리 안내고 재원 다 걷으라는 얘기, 청와대-여당 정책목표부터 바꿔야”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됩니다. 경제민주화와 경기회복은 양립할 수 있으며 또 양립해야 합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18일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등 경제 분야 규제 기관들의 수장과 만나 이렇게 당부한 데 대해 기재부와 관계 부처들 사이에서 뚜렷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도 기업이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하라는 건 ‘검은 백마’처럼 일종의 모순어법이라는 집행기관들의 불만이다.

이날 오전 현 부총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에서 노대래 공정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과 회동하고 “법 집행 과정에서 기업의 의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국회에 제출된 법안 중에는 과도하게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이런 법안이 마치 정부의 정책인 것처럼 오해되지 않도록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은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의 발언은 최근 경제계를 중심으로 과도한 세무조사,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노 공정위원장은 “집단소송제 등 기업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은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고, 국세청장과 관세청장은 “정상적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3개 기관 주변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의 정책 목표가 뚜렷한 상황에서 집행기관들이 현장에서 다르게 움직일 여지가 크지 않다는 푸념이다. 국세청의 한 당국자는 “지하에 숨어 있는 세원을 발굴하려면 지금까지 느슨하던 법 적용의 고삐를 바짝 죌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건수를 줄이긴 했지만 세금을 제대로 거두면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모두 확보하되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살 거두라고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만들고, 집행까지 하는 기관”이라며 “국회의 과도한 입법 활동은 견제하겠지만 경제민주화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집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행기관들에 ‘마찰을 줄이라’는 식의 지시를 하는 것만으로 최근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이 줄어들 순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는 “집행기관들도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각 기관 나름의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기재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가능성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세수 확보나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낮춰서 제시하거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성열 기자·김철중 기자 ryu@donga.com